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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진의 오늘하루

오랜 사이

선배의 자격으로 지뢰피해장애인기술센터인 ‘반티에이프리업(Banteay Prieb)’의 마지막 졸업식을 지켜보던 ‘소꾼’이 나에게 눈인사를 건네고 있다. 캄보디아. 2019. ⓒ임종진


햇살 가득 품은 얼굴이 내게로 왔다. 화사한 미소를 머금은 눈인사에는 오랜 인연으로 빚은 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소꾼’. 내가 이 나라를 찾아 NGO활동가로 머물던 2009년에 처음 만났으니 벌써 10년을 꽉 채운 인연이다. 바늘과 실을 처음 눈앞에 두고 어찌할 바를 몰라 하던 그녀는 지금 꽤 능숙한 솜씨를 지닌 전문 재봉사가 되어 있다. 2년 전쯤 왔을 때와는 달리 눈가에 살짝 잔주름이 얹히는 걸 보면서 세월을 함께 나눈 인연이란 생각에 든든해지기까지 했다. 돌이켜보면 캄보디아에 이런 친구들이 꽤 많다. 2004년에 처음 이 나라를 찾은 뒤 알 수 없는 이끌림에 빠져들어 아예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달려와 몸과 맘을 들여 살았던 때문이다. 그 시절에 맺어진 친구들과의 인연들을 생각하면 늘 기분이 흥겹다.


특히 지뢰피해장애인기술센터인 ‘반티에이 프리업(Banteay Prieb)’에서 만난 인연들은 기억 한가운데 각별하게 남아 있다. 이 기술센터는 지뢰사고로 신체의 일부를 잃었거나 선천적으로 장애를 안고 태어난 이들에게 전자 및 기계수리, 재봉 등의 기술을 무료로 전수시켜주는 곳이었다. 30년 동안 매해 100여명에 이르는 졸업생을 배출했으니 이곳에서 기술을 배워 자신의 꿈을 찾아간 친구들만 수천명에 이른다. 그들 중 ‘소꾼’과 같이 입학과 졸업이라는 1년의 시간을 통째로 지켜본 친구들과는 그만큼 나눈 정이 깊고 크기만 하다. 올해가 마지막 졸업이라는 소식에 만사를 제치고 달려온 지금 그 귀한 인연들과 두루 눈빛을 섞으며 마냥 웃고 있다. 서로의 주름살까지 세어주며 더 오래도록 인연을 이어갈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임종진 사진치유자·공감아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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