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바왈라는 인도 뭄바이의 도시락 배달부다. 그들은 고객의 점심을 가정에서 받아와, 기차로, 수레로, 자전거로 오후 1시 전까지 사무실 책상에 배달한다. 고객이 식사를 마치고 난 뒤, 빈 도시락통 ‘다바’를 가정으로 돌려보내야 비로소 일이 마무리된다. 여름에도 격식을 갖춰 하얀 긴팔 셔츠를 입는 인도 남성들에게 점심 도시락통과 함께하는 출퇴근이란 안될 말이다. 한 명의 다바왈라가 50명의 도시락을 책임지고 배달하는 시스템 덕분에 평균 2시간 안팎의 출근길이 가볍다. 다바왈라의 활약은 어느새 100년이 넘었다.
천경우, 다바왈라의 점심, 2017, 퍼포먼스와 50개의 인도 도시락통 ⓒ천경우
첨단 기술도, 전문 지식도 없이, 심지어 문맹자들까지도 능숙하게 일을 할 수 있는 ‘인간노동력 중심’ 다바왈라 배달 시스템은 8000만건 가운데 사고는 300~400건에 머물 정도로 정확하다. 페덱스 같은 운송업체를 포함한 일류 기업들이 연구 대상으로 삼을 만하다.
천경우는 배달이 직업인 그들 손에 그들을 위한 ‘다바’를 배달해주기로 했다. 작가는 50명의 ‘다바왈라’에게 원하는 점심 메뉴를 물었다. 매일, 매 끼니, ‘뭐 먹을까?’ 이야기하는 우리에게는 새로울 것 없는 이 질문이 그들에게는 생소했다. 먹을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을 안고 사는 왈라들은 메뉴를 선택해본 경험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한번도 먹어본 적 없다는 ‘피자’가 그나마 독특한 주문이었고 대부분은 작가가 준비하는 데 무리가 없는 인도의 평범한 식사를 이야기했다. 작가는 스태프와 함께 그들이 원하는 점심 도시락을 준비해서 점심시간에 맞춰 그들 손에 배달했다. 새로운 ‘점심 문화’가 점점 퍼져나가는 뭄바이에서, 언제 사라질지 알 수 없는 직업군에 종사하며 살아가는 왈라들은, 그렇게 단 한번, 자신이 선택한 ‘점심’을 서비스받았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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