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카이 마코토, 초속 5센티미터, 2007, 애니메이션, 62분 ⓒ 신카이 마코토, 코믹웨이브 필름
빛이 1초에 30만㎞를 가고, 소리가 1초에 340m를 갈 때, 벚꽃은 5㎝를 갔다. 사실은 떨어졌다. 데뷔 초 1인 창작자로 주목받던 작가 신카이 마코토는 바람에 날려 떨어지는 벚꽃잎의 ‘느린’ 속도에 기대, 사랑과 상실, 그리움, 그리고 무기력의 감정을 소환했다.
‘초속 5센티미터’에 등장하는, 한때 어렸던 두 주인공은 같은 학교라는 가까운 거리 안에서 서로를 향한 마음의 속도를 높인다. 이후, 여자주인공이 1500㎞ 떨어진 곳으로 이사 간 뒤, 물리적 거리와 마음의 거리가 조금씩 어긋나면서 이들의 통증이 시작되었다. 여자 친구를 만나러 길을 떠난 어린 그는, 마침 쏟아져 내린 폭설 때문에 역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오래 정차하고 느리게 달리는 기차의 속도에 반비례하여 달아오르는 마음에 고통을 받았다.
서로를 향한 마음의 속도는 느림과 빠름 사이를 오가다가 서서히 멈추었다.
성장한 남자 주인공은 주변 다른 이들이 다 그렇듯이,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고 싶었고, 생존해야 했다.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그 무엇인가를 향해 남들처럼 손을 뻗고, 세상의 속도가 운행 중인 궤도 위에 발을 올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가 걷는 삶의 속도는 자꾸 어긋나, 궤도 위에 안착하지 못했다. 세상의 속도가 어지러운 그는 자꾸 머뭇거리고, 사람과의 거리, 사회와의 거리를 조절하는 데 실패한다.
여자 친구와 마음의 거리를 1㎝ 좁히는데 1000통의 문자와 3년의 시간을 쓴 그는 이별을 맞이했다.
세상의 속도에 길들여지지 못하는 이가 세상 앞으로 다가가는 속도는 여전히 중력과 바람에 휘청이는 초속 5㎝다. 그사이 세상은 저만치 멀어졌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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