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스탠메이어/VII, 지부티, 2013년 2월26일(출처: 경향DB)
처음에는 달을 찍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이제 막 소말리아에서 옆의 나라 지부티로 국경을 넘어온 이들은 지금 달빛보다 귀한 단말기 신호를 찾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중동과 가장 가까이에 붙어있는 지부티는 인근에서 유럽이나 중동으로 떠나려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중간 거점이다. 말이 이민이지, 바다의 폭이 최대한 좁은 곳에서 떠나야 한다는 것은 허락받지 않은 탈출을 감행한다는 뜻이다.
생의 모든 것을 걸고 실낱같은 희망을 찾아나선 불법이민자들에게는 단말기의 전파 또한 허공을 몇 번 헤맨 끝에서야 잡힐 만큼 가늘게 포착될 뿐이다. 고국 소말리아 국경 지대에서 보내오는 전파를 잡아야만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과 통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게나마 가족들과 안부를 주고받을 수만 있다면, 그들에게는 위태로운 모험을 해야만 하는 이유가 좀 더 분명해질지도 모른다.
올해의 세계보도사진상 대상은 존 스탠메이어가 ‘내셔널지오그래픽’을 위해 촬영한 이 소말리아 이민자 사진에 돌아갔다. 달을 향해 한껏 손을 치켜든 이들의 모습은 사뭇 낭만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오히려 그래서 불안에 찌든 이민자들의 모습만을 떠올리는 우리들의 고정관념을 가볍게 배신한다. 디지털이 전 세계 어디든 연결할 수 있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현실의 생채기들은 사라지지 않고, 가장 절박한 순간에 정작 그 신호들은 서로에게 가닿지 못한다. 사진 속 깊은 푸른빛은 그래서 더욱 우울하다.
송수정 |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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