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지연의 미술 소환

당신이 외롭게 죽고 난 후에

더 도슨트, 특수청소부, 2014, 싱글채널 비디오, 5분57초


스스로 목숨을 끊었든 그저 숨이 끊겼든, 당신이 외롭게 죽고 난 후, 그 죽음을 알아차린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 한 달이 가고, 두 달이 가고, 전기료, 수도료가 연체되고, 끊기고, 기다리다 못한 업체가 당신의 방문을 두드리면, 그때서야 당신의 죽음은 문밖으로 흘러나올 것이다. 비밀스러웠던 시간만큼 넘쳐나는 구더기가 당신 곁에서 토실토실 자라고 있을 것이다. 체격이 좋은 당신이라면, 몸에서 흘러나온 기름 ‘쩐내’로 방을 채울 것이다. 겨울이라면, 암모니아 냄새가 코를 톡 쏠 것이다.


미술관의 도슨트가 미술을 쉽게 설명해주는 것처럼, 세상 속 난해한 이야기를 조금은 다가가기 쉽게 보여주고 싶은 다큐멘터리 작가팀 ‘더 도슨트’는 그 고독한 죽음의 현장을 정리하는 ‘특수청소부’의 작업현장을 영상에 담았다. 현장에 투입된 특수청소부는 바닥에서 굳은 피를 긁어내고, 가구를 치우고, 전등을 떼고, 벽지며 장판을 뜯는다.


“범죄 피해 현장이 훨씬 좋아요. 냄새가 안 나요. 피 냄새밖에 안 나요. 사람이 썩지를 않았어요.” 온갖 세제를 쓰고, 삶아도 냄새는 잘 안 빠진다. 약품으로 닦아도 잘 안 지워진다. 당신의 마지막 냄새는 벽지 너머 시멘트까지 깊이 스며든다.


“왜 하필이면 내 집에서 자살을 해가지고.” 집주인은 이웃이 모르게 당신의 죽음을 지우고 싶다. 가족이 있어도, 친구가 있어도 막상 울어줄 사람이 없는 당신의 죽음은 집주인에게도 애도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재수 없는 일을 당한’ 집주인은 시끄럽게 일한다며 특수청소부를 욕한다. 그래서 그들은 문을 열고 나오다가도 인기척이 있으면 문을 닫고 들어가 숨죽이고 기다린다.


특수청소는 봉사활동이 아니다. “저희도 사업이에요. 돈 벌려고 하는 거예요.” 그나저나 이 일은 망할 수 없다고 한다. 사람은 계속 죽으니까. 하지만 “특수청소는 안 해도 되니까 자살이나 고독사는 줄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당신은 이미 죽었고, 특수청소는 결국 살아남은 자의 몫인 것을.


<김지연 전시기획자>

'김지연의 미술 소환' 카테고리의 다른 글

VR 퍼포머  (0) 2019.06.03
목격자  (0) 2019.05.27
시뮬레이션  (0) 2019.05.13
주름  (0) 2019.05.07
두번째 사랑의 여름  (0) 2019.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