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드, 호라티우스의 맹세, 19세기경, 루브르 박물관 소장(출처: 경향DB)
기원전 7세기경 로마에 애국심으로 똘똘 뭉친 형제가 있었다. 호라티우스 가문의 형제들! 그들에게 조국에 봉사할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패권을 다투던 도시국가 로마와 알바는 전면전을 하는 대신, 세 사람씩 용사를 뽑아 결투를 하게 하고, 그 결과로 승자와 패자를 가리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 그림은 로마대표로 선발된 호라티우스 가문의 삼형제가 조국을 위해 소중한 목숨을 바칠 것을 맹세하는 감동적인(?) 순간을 묘사하고 있다. 아버지는 칼을 건네주고 있고, 삼형제는 그 칼을 향해 무쇠처럼 강인한 팔을 뻗치고 있다. 투지에 불타는 눈과 꽉 다문 입술, 힘줄이 불거진 팔다리는 그들의 각오가 얼마나 투철한지를 잘 보여준다. 오른편에는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여인들이 비탄에 빠져 있다. 호라티우스가의 딸이 큐라티우가의 아들과 약혼한 사이였기 때문이다. 결투가 끝난 후 혼자 살아남은 호라티우스가의 아들은 자기 약혼자를 죽인 오빠를 원망하는 누이동생을 죽였다. 아버지는 그런 아들의 행동을 칭찬했다.
이 작품은 ‘신고전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자크 루이 다비드가 루이 16세의 주문을 받고 로마에서 제작한 그림이다. 왕의 권위가 무너지고, 시민들의 애국심이 사라지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 왕은 당대 최고 화가인 다비드에게 도덕심과 교훈을 줄 그림을 의뢰했던 것. 그림의 소재는 리비우스의 <로마건국사>에 나오는 이야기에서 따왔다. 당대 이 주제를 각색한 코르네유의 비극 <오라스>가 공연되었고, 이미 그 줄거리를 알고 있던 화가가 그림으로 착수한 것이다. 1785년 로마에서 전시되고, 같은 해 파리의 살롱에 출품된 이 작품은 양식적으로는 다비드가 로마로 유학가서 몰두했던 고전미술 연구의 성과로, 내용적으로는 그 당시에 와서야 비로소 고조되기 시작한 애국사상의 표현으로 호평을 받았다. 다비드는 완벽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 늙은 아버지의 발을 무려 25번이나 고쳐 그렸다고 한다.
유경희 |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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