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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의 미술 소환

두번째 사랑의 여름

우창, 사랑의 공간 속으로, 2018, 컬러HD 비디오, 스테레오 사운드, 26분, (courtesy Frieze and GUCCI)


구치의 더블G 로고가 촘촘히 박힌 구치컬렉션으로 치장한 디제이 비너스엑스는 우창의 카메라 앞에서 말한다. “다양성이란 말, 난 별로예요. 계급, 인종…… 다양성이 있지도 않은 단일성의 반대말처럼 쓰이잖아요.” 


1988년, 애시드 하우스 뮤직, 레이브 파티가 퍼져나가면서 젊은 클러버들은 ‘해방’, ‘협력’, ‘기성 체제의 거부’라는 선물을 받았다. 그들은 익숙했던 세계와 쿨하게 결별하고, ‘전에 없던 세계’를 행복하게 만날 수 있었던 1988년 무렵의 시절을 ‘두번째 사랑의 여름’이라고 불렀다. 그 여름이 지난 후, 춤추는 방식, 장소, 관계 그 모든 것이 바뀌었고 확실해 보였던 것들도 사라졌다. ‘기성’의 땅 위에 살던 이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해야 할지 감조차 잡을 수 없는 변화의 시간이 흘렀다. 이제 그 전의 세상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었다.


구치는 프리즈매거진과 협력하여 ‘두번째 사랑의 여름’ 30주년을 기념하고자, 댄스음악의 역사, 클럽과 레이브 문화의 사회적·정치적인 역사를 탐구할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우창을 초대했다. 그는 퀴어, 라티노, 흑인 동료들과 함께 뉴욕의 하우스뮤직 신을 담은 ‘사랑의 공간 속으로’를 완성했다.


작품을 하기 위해서 사람들과 협력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협력하면서 살고 싶어서 예술 핑계를 댄다는 그에게 럭셔리 브랜드인 ‘백인 남성’의 예산으로 흔히 ‘소수자’, ‘언더그라운드’라고 일컬어지는 영역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다. 


비너스엑스뿐 아니라 케빈 에이비언스, 키아 라베이자 등 퀴어라는 이유로, 혹은 유사한 이유로 혐오와 차별을 받았던 이들이 우창의 카메라 앞에 섰다. 이분법의 감옥 안에 갇혀 있기를 거절한 그들은, 그들의 해방구 하우스음악을 화두로 문화를 말하고 춤을 춘다. 그리고 묻는다. “여러분은 해방을 아시나요? 여러분에게 해방은 어떤 모습인가요?”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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