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의 한 해수욕장 모래 위에 서 있는 세 살배기 이윤이의 뒷모습. 강원도 삼척해수욕장. 2019. ⓒ임종진
우스갯소리 같지만 둘이 대화라도 나누려는 듯이 보였다. 느낌이 그랬다. 아직 기저귀도 못 뗀 사내아이와 세상을 다 덮을 듯 거푸 파도를 내뿜는 바다는 급(?)에 맞지 않는 대화상대였을 터였다. 아이는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세상을 향해 성큼성큼 걸음을 내딛는 중이었다. 바다는 그런 아이를 너른 마음으로 품으려는 속 깊은 어른의 형상이나 다름없었다.
온몸이 모래투성이인 세 살배기 아이의 이름은 남이윤. 바다보다 더 큰 품으로 어린 아들의 곁을 지키고 있던 아빠 종민씨는 아까부터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않고 있었다. 잘 놀아주는 아빠냐고 대뜸 농 섞인 질문을 던졌다. “우리는 친구처럼 편안하다”고 즉답한 그는 자신이 놀아 ‘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 공감하며 지내는 사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오히려 아이로부터 받는 위로가 더 크고 아빠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모두 이해해 줄 것이라는 믿음도 최근 생겼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종민씨는 한 분야의 전문가로 안정적인 경력을 쌓아오다 회사를 그만두고 과감히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고 있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그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둘이 함께 서로의 삶을 성장시켜나가는 느낌이 든 때문일까. 해변을 함께 뒹구는 두 사람의 모습을 더 유심히 바라보게 되었다.
먼 훗날 이윤이는 아빠의 모습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꿈을 찾기 위해 불확실한 미래에 굴하지 않으면서 두려움을 극복한 아빠의 참모습을 충분히 알 수 있지 않을까. 그 힘이 자신에게서 비롯되었다는 것 역시.
<임종진 사진치유자·공감아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