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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진의 오늘하루

노란 선물 꾸러미

안산 단원구의 한 모임터에서 강연을 마친 뒤 어머니들로부터 받은 노란 선물 꾸러미들. 2019. ⓒ임종진


안산에 다녀왔다. 홀로 다녀온 적은 있지만 초대를 받은 건 처음이었다. 2014년 4월16일 이후 이 도시의 이름을 접할 때마다 무거운 돌덩이가 가슴에 얹힌 느낌이 항상 있었다. 초대한 이는 ‘엄마의 노란손수건’이라는 이름의 시민모임. 그분들과 함께하기 위해 <자신에게 사진을 건네다>라는 제목의 치유적 사진에 대한 강연을 준비했다. 


단순한 기념이나 유희적 기록을 넘어 스스로 이루는 행위적 매개물로 사진을 재인식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깊이 살피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강연을 준비하는 내내 가슴에 맺힌 파란 멍을 어루만지는 느낌이었다. 사진과 심리상담을 접목한 사진치유자로 활동해 오면서 지난 5년 동안 늘 마음이 쓰인 곳이 안산이었기 때문이다. 


강연 분위기는 뭉클하면서도 따뜻했다. 어릴 적 사진으로 자신을 향한 내리사랑도 확인해 보고 습관적으로 찍어 온 스마트폰 사진 속에서 대상을 향한 무한한 애정이 담긴 것에 놀라워하기도 했다. ‘자기’라는 존재성을 확연히 느껴서일까. 애초 약속한 두 시간을 훌쩍 넘겨 세 시간 반 가까이 지나서야 강의를 마칠 수 있었다. 웃음이 가득한 유쾌한 시간이었다. 돌아오는 길, 여러 어머니들이 쥐여준 노란 선물 꾸러미들이 주머니를 한가득 채웠다. 가슴으로 챙겨주시는 그 마음이 고마워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임종진 사진치유자·공감아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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