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에 아크릴(81×100㎝)
커다란 나무틀을 우연히 얻었습니다. 보통 종이보다 더 큰 틀이라 인터넷으로 겨우 큰 종이를 주문하여 그림틀을 만들었습니다. 방 안 가득 커다랗고 하얀 네모난 공간이 저를 압박해 옵니다. 무엇을 그려야 할까. 머릿속으로 수없이 그림들을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합니다. 칙칙한 그림보다는 예쁜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서 계절에 맞게 봄꽃들을 그려 봅니다. 개나리, 제비꽃, 벚꽃, 양귀비, 매화, 진달래와 초록 새싹들….
아무리 그림을 예쁘게 그리려 해도 창밖에 피어 있는 봄꽃들을 따라잡을 수는 없습니다. 봄은 깊어가고 밖으로 나갈 수는 없고, 어쩔 수 없이 방 안 가득 봄꽃들을 그림 속으로 불러와 봅니다.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