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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날, 2006-20083채널 HD 비디오, 6채널 지향성 사운드환경, 15분 ⓒ스마다 드레이푸스


시린 눈밭에 서서, 병풍처럼 펼쳐진 겨울산을 향해, 이제는 세상을 떠난 연인에게 안부를 묻는 외침이 쓸쓸했던 영화가 떠오른다. 카메라가 포착한 장면도 애틋했지만, 돌이킬 수 없는 시간, 다시는 볼 수 없는 사람을 향한 그리움의 목소리가 메아리치던 감각이야말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결정적인 요소였다. 공기를 진동시키며 귀를 건드리기 때문일까. 사람이 외부세계와 접촉할 때 사용하는 감각의 비율 가운데 10% 안팎을 차지한다는 청각은 꽤 촉각적이다. 그 접촉이 어쩐지 사람의 마음을 더 깊이 흔드는 것 같다.


“너는 가장 사랑스러운 존재란다. 내 영혼과 피보다 더 사랑하는 너를 신이 지켜줄 거야.” “목소리를 들으니 좋아요.” 해발 1000m의 골란고원에 올라선 이들은, 일년 중 단 하루, ‘어머니의날’에만 설치하는 마이크를 통해 국경 저편 가족에게 안부를 전한다. 2006년 무렵의 일이다. 이스라엘과 시리아 사이에 격전이 벌어지던 시기, 시리아의 땅이었으나 이스라엘이 점령한 골란고원 일대에 살던 시리아인들은 대학교 진학을 위해서만 이 지역을 벗어나 시리아의 다마스쿠스 등으로 갈 수 있었다. 국경 간의 왕래가 허락되지 않는 전시 상황 속에서, 주둔군은 가족을 만날 수 없는 이들을 위해 일년 중 하루, 특별한 상봉의 기회를 제공했다. 그래서 그들은 목소리로 만났다.


고원 아래를 뿌옇게 채운 안개를 타고 부모와 자식의 목소리가 오간다. 혹여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까 목청 높여 외치는 떨리는 목소리는, ‘첨단’의 시대인데도 만날 수 없는 이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실어나른다. 갈등은 더 나은 삶을 위한 과정이어야 할 텐데 늘 다른 목적에 복무하니, 여전히 제대로 가 닿지 못한 목소리는 고원을 떠돈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kimjiy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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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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