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 쳉, 특사 삼부작, 2015~2017. ⓒ이안 쳉
다들, 이런 세상이 올 것을 알았다고 말한다. 다만 그 시점이 이렇게 빠를 줄 몰랐을 뿐. 그렇다면, 온난화로 지구의 육지 태반이 물에 잠긴다는 날 역시 오긴 하겠다. 그날은 우리의 예상보다 가까운 미래일 수 있다. 다양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 미래를 예측할 테지만, 다양한 정보값이, 다양한 변수와 엮여 계산하는 미래의 사건은,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에 불확실하다. 그 불확실성에 기대 설마 그날이 올 리 없다는 믿음은 성장하고, 지금 여기에 살고 있는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지금껏 해왔던 방식 그대로 지키려는 용기 내지는 만용을 뒷받침해준다. 하지만 이런 ‘신념’에는 유효기간이 있다.
“우리는 생태계로부터 큰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없더라도 생태계는 작동하죠.” 미술과 인지과학을 전공한 작가 이안 쳉은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변화하는 유기체의 세계를 보며, 우리가 지금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지 돌아봤다. 그는 생태계의 주체는 결코 인간이 아니며, 무한한 변화 역시 인간이 속해 있는 생태계에만 한정된 원리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컴퓨터의 전원이 꺼지지 않는 한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태계를 컴퓨터 안에 창조했다. 사람, 동물, 나무 등의 움직임을 캡처하여 기본 데이터를 확보한 뒤, 여기에 비디오 게임 엔진을 더하여 라이브 시뮬레이션 작업을 탄생시켰다. 이제 컴퓨터 프로그램은 인간의 신경망처럼 작동하면서 정보를 엮고, 캐릭터를 성장시킨다. 캐릭터는 급기야 스스로 행동양식을 만들고 성격을 구축한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그들 삶의 환경을 만들어간다. 또 하나의 우주를 여는 컴퓨터는 이제 ‘메커니즘’을 벗어나 생태계가 되었고, 그곳에 인간은 없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kimjiy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