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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프 프티, 와이어 워킹, 1974. ⓒ필리프 프티


“왜 그 일을 했습니까?” ‘세계에서 가장 예술적인 범죄’를 저지른 뒤 곧바로 체포된 퍼포머 필리프 프티는 한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이유는 없습니다. 내가 다다를 수 있는 아름다운 장소를 발견하고는, 멈출 수가 없었을 뿐이에요.” 


24세의 프랑스 곡예사 프티는 1974년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뉴욕 쌍둥이빌딩 양쪽 꼭대기에 케이블을 걸치고는 그 줄 위를 걸었다. 417m 건물 아래로는 어떤 안전장치도 없었다. 그가 손에 쥔 평행봉만이 그의 걸음을 도왔다.


난간 너머의 줄 위에 한 발을 올린 그는, 건물 위에 무겁게 남겨진 나머지 발을 떼기가 쉽지 않았다. 그의 무게중심을 줄 위의 왼발로 옮기자, 미지의 것으로 가득하지만 사실은 텅 비어 있는 그 구름 속으로 그의 몸이 움직였다.


약 45분간, 두 건물 사이를 8차례 왕복하는 동안 그는 케이블 위에서 걷고, 앉고, 누우면서 그를 지켜보는 100여명 시민들의 심장을 조였다. 그는 그 어떤 기록이나 목적을 위해 줄 위에 올라서지 않았다. 다만 놀라운 방식으로 사람들의 의식을 깨우고 싶었을 뿐이다. 그 마음과 별개로 그는 빌딩과, 흔들리는 케이블과, 대기의 공기와 교감하면서 하늘 위에서 시를 쓰는 기분을 만끽했다.


늘 아슬아슬한 줄 위에서 균형을 잡으며 살아온 그는, 삶을 구성하는 것은 극단적으로 반대되는 것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슬픔과 기쁨, 정의와 부조리, 선과 악, 그 모든 극단의 것들이 양끝의 무게추가 되어 우리를 지탱하고 있으니, 흔들리는 줄 위에 올라서 있는 자 모두는, 일상을 일상답게 유지하기 위해 극단을 오가며 균형을 잡고 있다는 것을 기억할 일이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kimjiy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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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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