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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송수정의 사진 속으로

소치 프로젝트


압하스의 총을 든 형제, 2009 ⓒRob Hornstra/Flatland Gallery


지난겨울 네덜란드 사진가 롭 온스트라의 러시아 전시가 돌연 취소되었다. 그는 러시아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입국조차 불가능한 처지다. 그가 ‘소치 프로젝트’라 이름 붙인 작업으로 미운털이 박혔기 때문이다. 10년 가까이 러시아에 관한 작업을 해오던 작가는 이 작업을 위해 올림픽이 열릴 소치에만 4년 넘게 드나들었다.

그동안 러시아의 따듯한 휴양지가 어떻게 동계스포츠의 중심지로 거듭나기 위해 화려하게 변모하는지를 추적한 것은 물론이다. 올림픽이 열리는 대부분의 도시들이 그랬듯 가난한 마을들은 부서지거나 감춰졌고, 그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황금시대를 맞이한 도시의 호텔, 유흥업소에 기생하며 꿈을 키운다. 이런 기회에서마저 소외된 퇴역한 장군이나 국영공장 노동자들은 과거 러시아의 진짜 황금시대를 추억하며 현재의 궁핍함을 견뎌낼 뿐이다.

그러나 작가는 여기에 멈추지 않고, 소치와 길이 맞닿아 있는 인근 마을과 도시로까지 촬영 범위를 확장해간다. 예를 들면 소치가 인접해 있는 코카서스 산맥을 넘으면 이름도 생소한 압하스 자치공화국이 있다. 1991년 구 소련에서 분리 독립한 조지아가 중앙정부다. 그러나 1992년부터 지금껏 완전한 독립을 위한 싸움은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만 600명이 살해되고 500명이 부상한 이곳에서는 소년들이 명예롭게 총을 든다.

이렇게 롭 온스트라는 소치로 상징되는 그늘지고 긴장감이 가득한 러시아, 그리고 그곳에 뿌리를 내린 애증어린 삶들을 만나 그들만의 올림픽을 치른다.


송수정 |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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