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축한 붉은색 바닥 위로 바퀴 자국이 산만한 얼룩을 남긴다. 천장에서 쏟아지는 네 개의 불빛은 마치 주인공에게 쏟아지는 스튜디오의 조명처럼 이 공간에 강한 존재감을 만들어 준다. 정갈해 보이지는 않지만, 커다란 콘크리트 공간은 사진 속에서 묘하게 도시적인 분위기를 뿜어낸다. 이 시설물이 도시에 있으리라는 아무런 단서도 없는데, 작가의 중립적이고도 차가운 시선은 이 공간을 현대적으로 보이게 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도대체 이 낯익으면서도 낯선 익명의 장소는 어디란 말인가.
금혜원의 <도심都深>은 도시 지하에 숨겨놓은 쓰레기 처리장에 관한 연작이다. 화려하고 말쑥한 것들로 치장한 도시는 이 처리 시설에 기생하면서도 결코 그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간판도 없이 지하 깊숙이 은폐된 이곳은 끊임없이 새롭게 치장하면서도 그 배설물들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는 도시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곳이다.
그럼에도 금혜원의 작업 속에서는 쓰레기 냄새가 풍기지 않는다. 눈의 감각이 냄새를 맡을 수 없어서가 아니라 작가가 의도한 스펙터클함이 쓰레기의 시큼한 냄새를 제거했기 때문이다.
작가의 시도는 결코 도시가 갖춘 첨단 시설에 대한 예찬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감추고 부정하려는 대상에 대한 시각적 복권을 통해, 숨겨진 대상을 당당하게 존재하게 만든다. 그렇게 도시의 아이러니와 대면하면서 도시의 깊이를 확장하고 파헤친다.
송수정 |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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