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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의 미술 소환

시간은 나의 것이 아니다

불법 이민자 신분으로 뉴욕에 체류하고 있었던 대만 출신 작가 테칭 시에는 집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는 예술 활동을 시작했다. 살고 있던 맨해튼 아파트에 출퇴근 기록기를 설치한 뒤 매시 정각에 출근카드를 찍고, 기계 옆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 잿빛 유니폼 차림이었다. 산업현장에서 노동자들의 근무 시간을 기록하던 이 기계는 예술가의 예술 활동을 냉정하게 관리 감시한 끝에 예술 작품이 되었다.

 

테칭 시에(Tehching Hsieh), 일 년의 퍼포먼스 1980~1981, 편지, 사진, 시계, 16㎜ 필름, 유니폼 ⓒ 테칭 시에

 

이 퍼포먼스는 1980년 4월11일을 시작으로 1년간 이어졌다. 365개의 펀치 카드, 365개의 필름 스트립이 쌓였다. 삭발한 채 시작한 이 프로젝트가 끝날 무렵 그의 머리는 장발이 되었다. 1년간 그는 50분 이상 아파트를 떠날 수 없었다. 50분 이상 잠들 수 없었다. 1년은 8760장의 사진으로 남았다. 133장의 순간은 기계의 오류로, 인간적인 오류로 놓쳤다. 그가 기록한 1년의 초상은 6분의 타임 랩스로 정리되었다.

 

테칭 시에는 거대한 바위를 끊임없이 굴려대던 시시포스를 언급했다. 형벌처럼 반복되는 시간의 감옥에 갇혀 출근카드를 펀칭해야 하는 다음 시간을 기다렸다. 1초의 어긋남도 없이 정해진 임무를 마친 후 곧바로 다음 시간을 준비했다. 그가 선택한 일이었지만 그 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단조로운 노동을 반복하며 그는 철저하게 시간을 소비했다.

 

열심히 살든, 게으름을 피우든, 창의적으로 사고하든, 진부한 패턴을 반복하든 시간은 흘러갔다. 그가 살고 있는 이 지구 위에서 시간이 멈출 일은 없었다. 인생이 다 거기서 거기지 별거 없었다. “나는 예술계가 나에게 기대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 이것이 나의 출구, 이것이 나의 자유다.” 그는 이렇게 말했지만 시간을 낭비한 끝에 그는 ‘예술 작품’을 완성하고 말았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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