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k Muniz, Sunbathing, 2014
그는 브라질의 가난한 간판장이였다. 난생처음 양복을 빼 입고 행사에 가던 길에 패싸움을 목격했는데 말리려다가 그만 다리에 총을 맞았다. 그는 가해자가 제시한 합의금을 들고 덜컥 뉴욕행을 택했다. 마침 키치의 제왕 제프 쿤스가 미국 미술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하던 1980년대 초였다. 무엇으로든 예술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시대라면, 자신도 예술가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30년이 지난 지금 문제적 인간 빅 뮤니츠는 그렇게 해서 조각가이자 설치미술가, 사진가라는 수식을 다는 데 성공했다. 무엇보다도 뮤니츠의 특징은 초콜릿, 실, 설탕, 쓰레기 등 일상의 흔한 재료를 사용해 명화나 인물들을 자기 식으로 풀어낸다는 점이다. 몇 년 전에는 브라질 쓰레기장에서 사들인 폐기물들로 운동장만한 작품들을 만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사진가이지만 특정 장소나 대상을 사진으로 찍지는 않는다. 자신이 만든 설치물들의 최종 산물을 사진 한 장으로 남길 뿐이다. 그리고 설치물들은 폐기한다. 설치와 파기는 창조적 행위의 일회성을, 사진은 그 흔적에 대한 영원성을 전제로 한다. 그런 그가 최근 프랑스의 아를 사진 축제에서 ‘앨범’과 ‘엽서’ 시리즈를 발표했다. 수년에 걸쳐 수집한 앨범과 엽서들을 오려 붙여 결혼식, 아이들, 교실 풍경 등 앨범에서 봤음직한 흔한 장면들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어쩌면 그가 모았던 사진 속 어느 모습을 그대로 모방한 것일 수도 있다. 콜라주의 특징이 그렇듯, 작품은 조각조각을 훑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작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앨범 사진들을 모아 한 시대 혹은 집단의 경험을 다루고 싶었다고 말한다. 브라질 독재 정권을 겪으며 진실은 은유 속에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우리의 삶도 이 조각난 모자이크의 어느 부분으로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어떤 모습으로 조합해 내느냐에 있다.
송수정 |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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