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난 칼럼=====/유경희의 아트살롱

지혜가 본능을 이긴다!



 

팔라스(Pallas)는 아테나의 다른 이름이다. 아테나는 제우스가 혼자서 낳은 딸이다. 제우스는 첫 배우자였던 메티스가 낳은 자식이 아버지를 몰아내고 왕이 될 것이라는 가이아의 예언 때문에 그녀를 삼켜버린다. 달이 차 심한 두통을 호소한 제우스의 머리를 헤파이스토스가 도끼로 찍었다. 이렇게 태어난 아테나는 딸바보 제우스의 자랑스러운 딸이 되었다.


서양미술사에 아테나는 그다지 아름답거나 에로틱한 모습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누드로 그려졌던 적이 거의 없으며, 대부분 중성적이고 정의로운 모습으로 묘사된다. 보티첼리의 ‘팔라스와 켄타우로스’에 등장하는 아테나는 미술사에 등장하는 가장 아름다운 아테나에 속한다. 화가가 금세공사 출신답게 섬세하게 묘사한 까닭도 있고, 모델이 당대 최고이자 ‘비너스의 탄생’의 모델이기도 했던 시모네타 베스푸치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테나는 전쟁과 지혜의 여신이다. 그는 자신이 관장하는 석조로 건축된 신전으로 들어가려는 반인반마 켄타우로스의 머리를 부드럽게 움켜쥐고 있다. 켄타우로스는 무지와 정욕을 상징한다. 따라서 지혜가 본능을 제어한다는 도덕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 사실, 이 그림은 메디치가의 정치적 상징성을 보여준다. 로렌초 데 메디치가 1479년 나폴리와의 전쟁에서 피렌체를 승리와 평화로 이끈 자기 자신을 우상화하려는 의도로 주문했던 것! 멀리 바다 한가운데 한 척의 배는 외교적으로 피렌체를 구하기 위해 홀로 배를 타고 나폴리로 간 로렌초의 영웅적 행위를 의미한다. 아테나의 옷에 새겨진 다이아몬드 반지를 연결한 문양은 로렌초가 특별히 선호했던 가문의 문장이란다. 게다가 머리와 몸에 두른 월계수는 그가 이룩한 승리가 얼마나 정의로웠는지를 보여준다. 우의적 역사화를 주문할 줄 알았던 로렌초의 재기가 돋보이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