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목걸이를 한 자화상’, 1940
프리다 칼로의 정원은 동물원이다. 그녀는 거미원숭이, 고양이, 개, 앵무새, 독수리, 사슴, 칠면조 등 온갖 동물들을 키웠다. 선천적 자궁기형과 교통사고로 인한 골반 장애로 평생 아이를 낳을 수 없었던 그녀에게 동물들은 아이의 역할을 대신해 주었다. 칼로는 멕시코의 유명 화가이자 정치인인 디에고 리베라의 세번째 부인이 되었지만, 그를 영원히 소유할 수는 없었다. 리베라의 여성편력이 화려해질수록 아이에 대한 칼로의 집착은 더욱더 강렬해졌던 것!
이혼 후 칼로의 자화상에는 특별히 원숭이가 자주 등장한다. 원숭이는 다른 어떤 동물보다도 복잡하고 미묘한 역할을 맡는다. ‘가시목걸이를 한 자화상’(1940·사진)은 거미원숭이와 검은 고양이가 그려져 있고, 가시목걸이에는 죽은 벌새가 매달려 있다. 실제로 거미원숭이는 리베라가 칼로에게 준 상처를 위로하기 위해 선물한 것이었다. 거칠고 사나운 거미원숭이는 그녀의 내면에 감추어진 야만성과 원시성을 암시하는 동시에 성적 본능의 강렬함을 나타낸다. 뿐만 아니라 거미원숭이는 버림받은 여주인을 향한 거의 인간적인 공감의 능력과 원숭이 특유의 예측불가능성이 결합된 존재로도 묘사된다. 그러니까 거미원숭이는 그녀를 위로하는 친구이자 자식의 대역을 맡고 있는 것 같지만, 홀로 자기에 빠져 있는 모습은 오히려 칼로의 외로움에 대한 공포를 강조하고 있는 것만 같다.
벌새는 조류 중 가장 작고 연약하지만 머리깃과 경쾌한 비행이 칼로를 환기한다. 사실 벌새는 칼로의 조국 멕시코에서 사랑의 행운을 가져오는 마법의 부적으로 사용되는 길조다. 그런 벌새의 죽음을 통해 그녀는 다시 한번 ‘삶에 의해 살해당한’ 자기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라도 해야만 삶을 견딜 수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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