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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의 미술 소환

진실을 찾아서

원인 콜렉티브, 진실을 찾아서(진실 부스), 2011~현재. ⓒ원인 콜렉티브


소년이 말한다. “진실은 축구다.” 여성이 말한다. “진실은 내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가 걱정된다는 것이다.” 남성은 말한다. “진실은 우리는 더 나은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작가그룹 ‘원인 콜렉티브’가 제작한 거대한 이동식 말풍선 스튜디오 ‘진실의 부스’는 ‘진실은’으로 시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았다. 만화의 말풍선을 닮은 이 하얀 부스 안에는 작은 촬영 스튜디오가 있다. 사람들은 이 안에서 약 2분간 발언할 수 있다. 


2011년 아일랜드를 시작으로 아프가니스탄, 멕시코, 남아프리카, 미국을 여행하고 있는 ‘말풍선’에 참여한 이들이 말하는 진실은 사랑, 예술, 기술, 연대, 가치, 폭력, 가족, 정치, 불신 등 세상의 온갖 주제를 아우른다. 


누구도 명쾌하게 정의 내리기 어려운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가능한 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기로 한 작가들은 이렇게 진실을 리서치하고 그 내용을 웹사이트 ‘insearchofthetruth.net’에 기록했다. 


사람들은 무엇을 진실이라고 생각할까. 자신이 믿는 진실은 삶에 영향을 미칠까. 개인의 나약한 목소리가 모이면, 함께 살고 있는 이들이 지금 여기에서 추구하고, 믿는 진실에 닿을까. 결국은 거대한 세상의 안녕을 떠받치는 기둥의 조각으로 흡수되어, 개개인이 추구하는 진실의 가치는 훼손되지 않을까. 누군가의 목적에 따라 은폐되거나 왜곡되지 않고 우리 삶 속에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진실을 말하는 일은 질문을 낳는다. 


작가들은 말한다. “다른 사람들의 진실이 우리와 다르다고 해서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고민할 일이다.” 그리고 말한다. “그것이 진실이기만 하다면, 당신이 무슨 말을 하든 상관없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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