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 에른스트, 이번 주의 친절, 1934년, 석판화
막스 에른스트, 이번 주의 친절, 1934년, 석판화독일 태생의 막스 에른스트는 초현실주의자 중의 초현실주의자다. 그는 살바도르 달리와 르네 마그리트보다 대중적 인지도가 떨어지지만, 마니아들은 그를 최고의 초현실주의자로 간주한다. 에른스트는 프로이트적인 잠재의식을 화면에 정착시키는 방법으로 프로타주(frottage: 문지르기) 기법을 사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유년 시절 그는 마룻바닥에 종이를 대고 긁으면 나타나는 형상에 매료되었다. 그것을 무의식의 자동기술법이라고 생각했다.
에른스트의 작품에 집요하게 드러나는 어떤 형상이 있다. 새 부리 형상을 한 로플롭이다. 이 새 인간은 에른스트가 개발한 분신이자 페르소나다. 마치 마르셀 뒤샹이 로즈 셀라비라는 여자를 만들어낸 것처럼. 에른스트는 유년 시절 사랑했던 앵무새의 죽음과 동시에 여동생의 탄생으로 심리적으로 무척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웠단다. 그때 그는 새보다 더 뛰어난 반인반조라는 존재를 만들어냈다.
새 인간 로플롭은 판화집과 소설책인 <100개의 머리 없는 여인>과 <이번 주의 친절> 등에 등장한다. 거기에서 로플롭은 허둥지둥 도망치거나, 여성을 강간하거나, 감옥에 갇힌 여자에게 말을 거는 등 하나같이 기묘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거의 모든 이미지들은 단박에 해독되지 않으며, 그저 궁금증만을 더해줄 뿐이다. 단 에른스트가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에 경도되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아마 그 역시 독일어에서 ‘새처럼 행동한다’는 의미의 독일어 ‘vogeln(성교하다)’을 언급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에른스트의 로플롭 작품은 그 어떤 작품보다 몽환적인 분위기로 현실과 환상의 경계체험을 하게 하는 매력을 갖고 있다. 그런 까닭에 예술가 혹은 한 인간으로서 에른스트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극대화된다. 에른스트는 어떤 인간일까? 그는 유혹의 천재였던 것 같다. 달리의 부인 갈라, 페기 구겐하임, 초현실주의 화가였던 엘리노어 캐링턴, 도로시아 태닝 등 여성들은 물론 동료시인 폴 엘뤼아르와의 사랑에 가까운 우정까지. 그래서 더욱 그가 알고 싶어진다.
유경희 |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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