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은 사진집을 내는 작고 오래된 출판사다. 원래 순한 사람들이 사고를 치면 꽤 집요하고 대책 없는 법이다. 책 만드는 일로 평생을 살아온 중년의 이규상 대표는 이런 축에 든다.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귀한 자료를 발굴해 책으로 엮어내는 우직함이 대단하다. 특히 다큐멘터리사진의 기록성에 남다른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이런 눈빛이 북콘서트를 열었다. 11권의 사진집과 함께 눈빛작가선 10권을 내놓은 올 한 해의 결실을 자축하는 자리였다. 이날은 출판사 대표보다도 더 고집스러운 한 분이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일본의 원로 사진가 구와바라 시세이 선생. 마침 이날은 선생의 대표작 <미나마타 사건> 사진집의 출판 기념회 자리이기도 했다.
구와바라 시세이, 작가가 50년 전에 찍은 희생자 사진을 들고 있는 가족들, 2010
‘미나마타병’은 일본 미나마타시의 질소 공장에서 배출한 수은에 마을 주민들이 중독된 사건이다. 2001년까지 공식적으로 1784명이 사망했고 1만명이 보상을 받았다. 구와바라 선생이 촬영을 시작한 때는 1960년, 당시 그는 사진가를 꿈꾸는 24살의 대학생이었다. 미나마타는 그를 사진가로 키운 사건이기도 하지만, 선생은 이 사건을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사진가이기도 했다.
50년이 넘는 세월, 그의 한평생 기록이 담긴 이 사진집으로 선생은 올해 일본의 권위 있는 사진상 도몬켄상을 수상했다. 미나마타도, 쓰나미도, 세월호도 그 사건의 유가족들은 잊혀질까봐 두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장에 가는 사진가는 많아도 선생처럼 끝까지 의리를 지켜 사건을 현재진행형으로 만드는 이는 드물다. 그 대가로 구와바라 선생이 꾸린 가정은 넉넉지 않았다며 한국인 부인은 그날 밤 촉촉한 눈매로 인사를 전했다.
송수정 |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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