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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만의 도발하는 건축

프랑스 건축법 제1조

화재 이후 13세기 원형의 답습이 아닌 19세기 당시 최고의 기술로 재건된 프랑스 샤르트르 대성당의 지붕 내부.


건물은 단지 콘크리트와 유리로 된 구조물이 아니며, 도시는 길과 건물들의 단순한 집합체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역사이자 과거와 현재의 비밀이 담긴 책이며, 그 속에 영위된 오랜 삶들이 층층이 쌓인 드라마이다. 도시의 매력은 오랜 시간 동안 공동체의 고유한 기억들이 도시 곳곳의 장소와 건축물에 축적되어 나타나는 고유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로 장소와 건축은 어떤 매체나 형식을 능가하는 기억의 저장고일 뿐 아니라 끊임없이 미래를 재생산하는 기억 그 자체다. 불과 열흘 전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의 일부가 화재로 사라졌을 때 전 세계인들이 애달파하며 안타까움과 슬픔을 표시한 것은 그 건축에 축적된 인류 역사의 무수한 기억들이 연기와 함께 사라지는 광경이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붕과 인상적인 첨탑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무사하였다. 실측한 기록물을 토대로 다시 원형을 재건하여 잃어버린 영광과 추억을 회복하는 것은 단순히 시간의 문제로 보였다. 하지만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각료회의를 거친 후 과거를 복제하기보다는 ‘현시대의 기술과 정신에 들어맞는 새로운’ 지붕과 첨탑을 만들기 위한 설계를 국제 현상공모에 부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세계를 다시 한번 놀라게 하였다. 


파리 남서쪽 차로 약 두 시간 거리에 13세기에 지어진 크고 아름다운 샤르트르 대성당(Cathedrale Notre-Dame de Chartres)이 있다. 19세기 초반 지붕을 받치고 있던 목재 구조물이 화재로 소실되었고 이들은 당대의 가장 진보한 기술인 강철 구조 방식으로 유럽에서 제일 가볍고 큰 천장(사진)을 만들어 과거 유산을 보존함으로써 200년이 흐른 오늘날에도 아름답게 도시를 빛내고 있다. 그들에게 복원이란 일차원적 원형의 재현이 아닌, 대상의 현재 의미를 되살려서 새로운 가치의 획득과 오래된 가치의 공존을 지혜롭게 조화시키는 것이다. 새로움을 통해 과거를 포용하면서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혁신적인 발상 자체가 프랑스의 고유한 전통이 아닌가 한다. 


오히려 손대지 않느니만 못한 문화유산의 날림 복원이 일상다반사가 된 우리와는 달리 이들의 과감한 자세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우리 건축법에 규정된 건축의 정의는 ‘건축이란 건축물을 신축, 증축, 개축, 재축하거나 건축물을 이전하는 것을 말한다’고 돼있다. 하지만 프랑스 건축법 제1조는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건축은 문화의 표현이다. 건축적 창조성, 건물의 품격, 주변 환경과의 조화, 자연적 경관, 도시환경 및 건축 유산의 존중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조진만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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