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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의 미술 소환

허니문

버지니아 리 몽고메리, 허니문, 2018, 4K 디지털 비디오, 2분50초, 뉴욕 타임스스퀘어 설치, (사진촬영: Ka-Man Tse)

 

건물 입면 대부분을 전광판으로 뒤덮은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시공간 안에서 현실감을 장착하는 건 어색하다.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심지이다 못해 ‘우주의 중심’이고자 한다는 이 ‘세계의 교차로’에 들어서면, 빠른 섬광을 날리며 롤리팝처럼 돌아가는 현란한 광고 영상에 시선을 빼앗겨 생각을 멈추기 일쑤다.

 

타임스스퀘어 연합이 뉴욕 광고 클럽과 제휴하여 광고용 전광판에 ‘예술’을 담기 시작한 것은 더 다양한 홍보 콘텐츠를 확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가능하고도 불가능한 모든 것을 끌어와 배양하고, 활용도 만점의 콘텐츠로 성장시키는 역량을 과시하여, 100년 이상 오락, 문화, 도시 생활의 아이콘으로 군림해 온 타임스스퀘어의 창의성과 에너지를 무한 작동시킨다. 이 모든 작업은 파트너들에게 여기 전광판이 그들의 브랜드를 가장 효과적으로 노출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며, 이곳에서 최고의 사업성을 보장받을 것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준다. 타임스스퀘어는 전 세계 다른 도시에 ‘프랜차이즈’를 흩뿌리며 지구상 가장 화려하고 활기찬 상업지구로서 영생을 누릴 태세다.

 

타임스스퀘어 아트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2012년 시작한 미드나이트 모먼트는 타임스스퀘어 전광판 곳곳에 밤 11시57분부터 자정까지 영상 작품을 상영하는 프로젝트다. 올해 2월 작품을 상영 중인 버지니아 리 몽고메리는 꿀이 흐르는 달을 들고나왔다. 화면을 가득 채운 하얀 달은 여인의 손바닥 위에 놓여 있다. 그 위로 금빛의 꿀물이 흘러내린다. 주변의 광고판이 변하는 속도에 비해 달팽이인 양 느리게, 끈끈하게 흘러내리는 꿀물은 시간의 뒤꿈치라도 붙잡은 모양새다.

 

“우리는 종종 현실보다 더 비현실적이라고 느끼는 시대에 살고 있다. 모든 것이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빨리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달을 붙잡는 영감은 꿈에서 나왔다. 꿈에서 나는 달을 만지고 평화를 찾았다. 타임스스퀘어는 너무 빨리 움직인다. 허니문이 속도를 줄이라고 부탁한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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