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말라붙는 건기를 지나 우기에 접어들면, 우유니 소금사막은 지평선을 지우고 하늘과 땅이 하나인 양 우주를 비추는 거대한 거울이 된다. 어떤 국가의 소유물도 아닌 공기 안에서, 바람과 태양열만을 이용하여 비행하는 삶을 꿈꾸는 작가 토마스 사라세노는 2016년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을 찾았다.
그는 물이 차오른 사막 위를 걸으면서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별빛이 물에 반사되는 밤풍경 안에서는, 마치 별들 사이를 걷는 것 같았다. 그의 마음 안에 우유니 사막은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자리 잡았다.
토마스 사라세노, 16만3000광년, 2016, 디지털 비디오, 컬러, ⓒ 토마스 사라세노 스튜디오
“지구인의 눈에 세상 모든 풍경은 과거의 것이다.” 우주 성운 사이를 누비는 기분에 취한 그는 우유니의 대기 안에서 16만3000년 전 대마젤란운에서 방출한 빛을 보는 중이었다. 우주가 태어났을 때 이미 존재했던 시간 안에서 지구인은 공존하고 있으며 그때의 사건은 현재에 영향을 미친다. 시간의 밀도가 높은 이 우주 속에서, 모든 것은 시공을 초월하여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 안에서 무언가를 외면하며 사는 것은 어려웠다.
“현실은 무엇일까”라고 묻는 사라세노에게 그의 지인이자 감독인 알렉산더 클루게는 이렇게 말했다. “인류는 현실에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그것이 인간 본질의 한 부분이다. 인간은 철저히 현실의 반대쪽에 존재하는 것에 욕망을 품는다. 인간은 욕망으로부터 단절되느니 차라리 거짓을 선호한다.”
클루게의 답변을 뒤로하고, 사라세노는 16만3000년의 시간을 품은 우유니 소금사막에 플라스틱 비닐 구름, 화석연료가 만든 유독성 구름을 띄워 존재의 흔적을 남기는 지구인에게, 우리를 증명하는 방법은 과연 ‘오염’의 발자국밖에 없는지 묻기 시작했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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