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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

사물의 죽음 기계의 속살을 본 적이 있는가. 사람 몸처럼 기계 속에도 전원이 타고 흐르는 혈관이 있고 오작동을 막아주는 뇌가 있고, 미세한 움직임을 위한 손발이 있겠으나 그 원리를 하나하나 따져 보는 이는 드물다. 스마트폰이 점점 똑똑해지기 위해 그 몸속에 어떤 장기를 달아야 하는지는 사실 관심 밖이다. 빠르고 쉽고 섹시하게 진화하면 그뿐. 기계는 이렇게 쓸모에 따라 유행처럼 찾아왔다가 진화된 경쟁자에게 밀려 고물로 취급 받기 일쑤다. 올해 갤러리 나우의 작가상을 받은 사진가 막스 데 에스테반은 이 기계의 운명에 주목한다. ‘명제1: 수명이 다한 사물들’이라는 제목처럼 기계는 그가 현대사회를 바라보는 여러 명제 중 단연 첫 번째에 해당한다. 그에게 기계는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물질문명의 시대에 소외된 생명체다. 그것.. 더보기
삶에 번번이 얻어맞은 얼굴 오랫동안 미술사를 들여다보면, 대가의 유명 작품보다 훨씬 더 마음을 끄는 작품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이 공부가 주는 축복이다. 통상 로댕의 경우 ‘지옥의 문’ ‘영원한 우상’ ‘키스’ 등을 대표작으로 꼽는다. 그런데 이들보다 점점 더 마음을 사로잡는 뭉클한 작품이 있다. 바로 ‘코깨진 사내’다. 젊은 시절 로댕이 생활고로 버젓한 모델을 구할 수 없을 때, 이웃집에 사는 ‘비비’라는 별명을 가진 가난한 노인이 모델을 서주었다. 그러나 난방 시설이 없는 아틀리에는 너무 추워서 노인의 머리를 빚은 점토가 얼어 갈라졌으며, 두개골은 깨졌다. 간신히 얼굴만(뒤통수가 없다)을 겨우 지탱할 수 있었고, 코가 깨진 이런 얼굴의 형태가 되고 말았다. 1864년 로댕은 이 작품을 살롱전에 출품했지만, 낙선하고 말았다. 지.. 더보기
진달래 봄날이 가고 있다. 스러진 진달래 꽃잎처럼. 연하디 연한, 흔하디 흔한 이 꽃은 우리 정서의 밑바닥에서 꽃을 피운 지 오래다. 한때는 철이와 순이부터 빨치산까지 모두가 지천에 널린 이 꽃잎을 따먹었으며 누군가는 거리에서, 누군가는 경기장에서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부르며 뜨거운 마음을 터뜨렸다. 함경도가 고향인 시인 김규동은 그의 시에서 이 꽃을 사뿐히 즈려 밟기에는 차마 사치스러워 심장으로 들어가게 했다고까지 고백한다. 시 제목이 ‘육체로 들어간 꽃잎’인 까닭이다. 평생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김규동의 이 시가 사진가 고정남의 ‘진달래’ 작업에도 영감을 던졌다. 그의 고향 전남 장흥에도 늘 진달래는 흐드러졌다. 무심하게 그리고 수수하게. 전혀 화려하지 않아서, 호기심과 의아함에 다시 한번 눈길이 가고 .. 더보기
세잔의 아빠생각 인상파 화가들은 대부분 아버지를 두려워했다. 아버지에 대한 그들의 두려움은 대개 연인을 숨긴다든지, 결혼하지 않고 동거한다든지, 아이를 낳고 나서 여자가 있음을 알린다든지, 아버지의 죽음 이후 혼인신고를 한다든지 하는 행위로 나타났다. 가부장적인 이데올로기, 즉 아버지의 말이 법이었던 시절에 아버지를 거역하고 제멋대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예술가들은 섬세하고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인 데다 그들이 선택한 여자들은 대개 모델이나 재봉사, 점원 같은 신분이 낮은 여자들이었으니 그럴 법도 하다. 이를테면 마네는 집안의 피아노 가정교사와, 밀레는 농사꾼의 딸과, 모네와 르누아르는 모델과 사귀고 동거한 사람들이다. 세잔은 직공 출신의 모델과 아이를 낳았지만, 오랫동안 이 사실을 아버지에게 숨겼다. 그들이 동거한.. 더보기
달빛 아래에서 처음에는 달을 찍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이제 막 소말리아에서 옆의 나라 지부티로 국경을 넘어온 이들은 지금 달빛보다 귀한 단말기 신호를 찾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중동과 가장 가까이에 붙어있는 지부티는 인근에서 유럽이나 중동으로 떠나려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중간 거점이다. 말이 이민이지, 바다의 폭이 최대한 좁은 곳에서 떠나야 한다는 것은 허락받지 않은 탈출을 감행한다는 뜻이다. 생의 모든 것을 걸고 실낱같은 희망을 찾아나선 불법이민자들에게는 단말기의 전파 또한 허공을 몇 번 헤맨 끝에서야 잡힐 만큼 가늘게 포착될 뿐이다. 고국 소말리아 국경 지대에서 보내오는 전파를 잡아야만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과 통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게나마 가족들과 안부를 주고받을 수만 있다면, 그들에게는 위태로운 .. 더보기
더 이상 아름답지 않은 맹세 기원전 7세기경 로마에 애국심으로 똘똘 뭉친 형제가 있었다. 호라티우스 가문의 형제들! 그들에게 조국에 봉사할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패권을 다투던 도시국가 로마와 알바는 전면전을 하는 대신, 세 사람씩 용사를 뽑아 결투를 하게 하고, 그 결과로 승자와 패자를 가리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 그림은 로마대표로 선발된 호라티우스 가문의 삼형제가 조국을 위해 소중한 목숨을 바칠 것을 맹세하는 감동적인(?) 순간을 묘사하고 있다. 아버지는 칼을 건네주고 있고, 삼형제는 그 칼을 향해 무쇠처럼 강인한 팔을 뻗치고 있다. 투지에 불타는 눈과 꽉 다문 입술, 힘줄이 불거진 팔다리는 그들의 각오가 얼마나 투철한지를 잘 보여준다. 오른편에는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여인들이 비탄에 빠져 있다. 호라티우스가의 딸이 큐라티우가.. 더보기
슈퍼맨의 꿈 소화기 통을 메고 하늘로 오르려는 이 남자 예사롭지 않다. 의자를 발사대 삼아 소화기 분말을 열심히 뿜어보지만 얼굴만이 하늘을 향할 뿐 비상할 기미라고는 전혀 없어 보인다. 복장은 꼭 텔레비전 오락 프로그램에 나오는 실험맨 같다. 우스꽝스러운 실험을 진지하게 펼치면서 결국 보는 이로 하여금 피식 웃게 만드는 상황도 방송과 비슷하지만, 배경 선정이며 구도에 정말 많은 공을 들인 나머지 진짜 웃어도 되는 건가 조금 헷갈리기도 한다. 돌이켜 보면 보자기를 두른 채 책상 위에서 뛰어내려봤자 슈퍼맨이 되기는커녕 엄마의 잔소리 위를 날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우리의 모험시대는 끝이 난다. 그렇게 철이 들었던 작가 류현민은 어느 날 소주잔을 얼굴에 붙이고 있는 친구의 모습에서 일탈의 쾌감을 느꼈다. 결국 떨.. 더보기
‘씨 뿌리는 사람’이 그립다! 반 고흐가 아버지보다 사랑했던 화가 밀레. 밀레는 노동의 가치를 평생 그림 속에서 실현했던 최초의 화가였다. 그는 화가로 출세하기 위해 머물렀던 파리에서 어린 아내를 폐병으로 잃고, 빈농 출신의 새 아내와 함께 바르비종에 정착했다. 그는 그곳에서 가난한 농부처럼 살면서, 자연과 더불어 척박하지만 소박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냈다. 목가적인 서정성이 우러나오는 ‘만종’과 ‘이삭줍기’ 못지않은 걸작으로 알려져 있는 ‘씨 뿌리는 사람’은 밀레가 바르비종에서 처음 그린 유화 중 하나다. 이 그림은 어둠이 오기 전인 해질 녘, 가파르게 경사진 산비탈을 배경으로, 건장해 보이지만 아주 젊다고는 할 수 없는 농사꾼이 씨를 뿌리고 있는 장면을 보여준다. 어둡게 가려진 눈, 마른 듯 굳건한 턱과 벌어진 .. 더보기
죄인 작가로 산다는 건 멋진 일이다. 작업이 안된다며 친구 만나 푸념도 하고, 영감을 얻기 위해 전시장을 기웃거리며 자기만의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은 얼마나 낭만적이고 자유로운가. 적어도 남들이 보기에는. 그러나 내 자식이 작가가 되겠다고 하면 다른 이야기가 된다. 수입은 불규칙적이고 몸은 고되며 작업을 알리기 위해 부산을 떨어야 하는 불안정하고 불투명한 직업일 뿐이다. 어떤 연유로 작가의 길로 들어섰건 둘 다 틀린 이야기는 아닐 터, 그 괴리 사이에서 작가의 괴로움이 싹튼다. 다음주부터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소개하는 권지현의 ‘죄인’ 연작은 그렇게 해서 탄생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부모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자신처럼, 사람들이 늘 짊어지고 다니는 죄책감은 무엇일까. 작업의 진정성을 위해 길.. 더보기
광기의 꽃, 튤립포매니아 꽃 중의 꽃은 어떤 꽃일까? 시대와 나라를 초월해 단연 장미꽃일 것이다. 그러나 장미 이전의 꽃의 제왕은 튤립이었다. 서양의 옛 그림에서 장미보다는 튤립이 대단히 정묘하게 역동적으로 그려진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튤립은 보통 네덜란드를 떠올리게 되지만 사실은 수입한 것이다. 원래 천산산맥(파미르고원) 구릉지대가 원산지인 튤립은 페르시아와 터키를 거쳐 유럽에 들어왔고, 네덜란드에서 전성기를 맞이했다. 튤립은 꽃이 크고 튼튼하게 잘 자라서인지 곧 유럽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데, 특히 네덜란드의 할렘과 레이덴이 제2의 고향이 됐다. 황금기 네덜란드에서 비싼 가격으로 매매됐던 튤립은 단색이 아니라 흰색 바탕에 붉은색 무늬 등 두 가지 이상의 색이 섞여 있는 품종이었다. 이 화려한 튤립은 ‘모자이크 바이러스’.. 더보기
불편한 유령 대개 사진에서는 초점이 맞은 대상이 주인공이다. 그 주인공은 보통은 사진 한가운데에 놓인다. 그렇게 주목받고 있는 대상에 주목하도록 우리의 눈은 길들여져 왔다. 그 ‘쨍한’ 사진에서 우리는 강박처럼 그가 왜 주인공인지를 읽어내려고 애쓴다. 대상의 표정, 피부색, 복장, 나이 등등 우리가 사진 속에서 찾아 헤매는 기호들이 정말 그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일까. 한번쯤 사진 속의 내 모습과 전혀 동화되지 못하는 경험을 해봤다면, 그것은 단지 사진이 실물보다 못 나와서가 아니라 어쩌면 그 모습이 나를 전혀 설명해 주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브라질 사진가 칼레는 이 고민에서부터 작업을 시작한다. 그의 작업 속에서 인물들은 모두 초점이 빗나가 있다. 유령처럼 흐릿한 이미지는 대상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생략.. 더보기
수잔 발라동의 올랭피아 근대 여성화가 중에는 모델 출신이 여럿 있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비천한 신분 출신의 모델들은 천재화가들 옆에서 진정한 사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마네의 ‘올랭피아’ 모델 빅토린 뫼렝, 존 에버렛 밀레이의 ‘오필리아’ 모델 엘리자베스 시달 등이 그들이다. 그중에서도 독보적으로 화려한 경력을 자랑했던 모델은 수잔 발라동이었다. 발라동은 당대 밑바닥 직업이었던 세탁부의 사생아로 태어났다. 다섯 살 때부터 생업에 뛰어들어 청소부, 직공, 양재사 등 갖가지 궂은일을 경험했다. 비교적(?) 안정된 서커스단의 무희가 되었지만 추락으로 부상을 입어 서커스단에서 쫓겨난다. 그때 16세의 발라동은 늙은 퓌비 드 사반의 모델이 되었고, 이후 르누아르의 모델이 된다. 마침내 로트렉의 모델이 되었을 때, .. 더보기
판잣집에서의 하룻밤 판잣집이 한 채 있다. 오래된 기념사진처럼 빛도 바래 보인다. 새하얀 구름과 적당히 짙은 나무 그림자는 가난을 축복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아무런 의심없이 본다면 영락없이 과거의, 추억할 법한 누군가의 앨범 사진이다. 그러나 저 멀리 비행기가 자꾸만 눈에 걸린다. 아무리 날지 못한다 하더라도 비행기가 가난한 동네의 장식품처럼 서 있기는 쉽지 않은 법이다. 그러고 보니 바닥에는 쓰레기 한 점 없고, 양철벽에는 옹색한 방에서 쫓겨나온 살림살이 하나도 걸려있지를 않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지난해 문을 연 이곳은 호텔이다. 호텔 홈페이지에는 여전히 수백만명이 판자촌에 살고 있는 진짜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체험해 보라는 유혹이 가득하다. 대신 뜨거운 물과 인터넷, 온돌이 제공되는 특별한 공간에서라는 단서가 붙는다. .. 더보기
부활절, 다시 산다는 것 부활절 무렵에 방문한 피렌체에서 발견한 숨은 보석은 산마르코 수도원의 프레스코 벽화였다. 도미니크 수도회의 탁발 수사인 프라 안젤리코(Fra는 ‘형제’, Angelico는 ‘천사’란 뜻)의 작품이다. 1436년에서 1445년까지 이곳에 살았던 그는 42개의 독방, 회랑, 회의실, 1층 복도에 자신의 작품 일부를 남겼다. 이 그림은 르네상스 거장의 작품만큼 드라마틱한 감동을 안겨주지는 않지만, 은근하고 친근한 것이 보면 볼수록 매혹적이다. 안젤리코가 속해 있는 도미니크 수도회는 설교와 청빈한 삶을 통해 그리스도교를 전파할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그는 자신이 가진 재능을 모두 사용하라는 신의 강령에 따라 일종의 기도의 행위로서 그림을 그렸다. 예수의 부활을 그린 이 그림은 수도사의 소박하고 자그마한 방 벽에 .. 더보기
뿌리 혹은 먼지 이것은 실뿌리다. 땅속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 가능한 한 기다랗게 자라던 중이었다. 찰지지 않고 모래알처럼 서걱거리는 땅은 살아남기 위해 실뿌리로 하여금 악착같이 잔가지를 치도록 부추겼다. 그럼에도 결국에는 뿌리째 뽑혀 나와 끝을 맞이한다. 이제 땅 위에서는 아무런 쓸모도 없이 시들어가야만 할 것이다. 그나마 서서히 썩어들어가 다시 흙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다행이다. 아니다, 이것은 먼지다. 마른 땅에서 피어난 흙이며 살갗에서 떨어져 나온 각질이며 온갖 쓸모없는 것들이 뒤엉켜 새로운 생명체로 태어나고 있는 중이다. 처음에는 세포처럼 자그맣더니 점점 자라나 주변의 모든 잉여물들을 빨아들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창틀에서 악착같이 한데 뭉쳐 존재를 증명한다. 누군가가 건드리지만 않는다면 그것.. 더보기
르누아르, 여체 탐닉은 무죄? 얼마 전 (2012)라는 영화를 보았다.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남프랑스 코다쥐르에서의 르누아르의 말년을 담담하게 그려낸 영화다. 이야기는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의 부탁으로 모델 일을 하러온 ‘데데’라는 배우 지망생의 등장으로 시작된다. 그녀는 말년의 르누아르에게 예술혼을 다시 불태우게 만든 마지막 모델이자 매혹적인 뮤즈였다. 흥미로운 것은, 그녀가 훗날 거장의 아들 중 드물게 성공한 프랑스의 유명 영화감독 장 르누아르의 부인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르누아르는 전쟁 중에도 꽃과 여체를 주로 그렸다. 아들 장은 아버지에게 도덕이 무너지고 인간성이 황폐해가는 이런 시기에 속물적인 그림을 그린다고 비난한다. 르누아르는 전쟁에서 두 아들의 팔과 다리를 잃은 것으로 자기의 역할은 다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 더보기
그래비티 마치 무중력 상태에서 떠다니는 것처럼 텅 빈 복도에 사과가 부유하고 있다. 아니 중력을 견디지 못하고 낙하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기다란 복도는 사과가 천장에서 바닥을 향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복도 앞에서 복도 끝을 향해 추락하고 있는 듯한 착시효과마저 준다. 아담을 유혹하고, 신데렐라를 잠들게 했으며, 뉴턴에게 추락하는 것은 무게가 있다는 것을 일러준 빨간 사과가 그렇게 허공에서 우리 눈앞에 펼쳐진다. 예상치 못한 공간에서 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하강하고 있는 사과는 분명 낯설다. 사진가 안준의 ‘그래비티’ 연작은 우리 눈이 포착하지 못하는 세상에 대한 시각적 실험이다. 실험이므로 조작된 사진이 아니다. 작가는 만족할 만한 이미지를 얻을 때까지 카메라 앞에서 사과 던지기를 쉼 없이 반복한다. 그.. 더보기
괜찮아! 나를 위한 초긍정 존 레넌과 그의 뮤즈였던 개념미술가 오노 요코가 한창 사랑에 빠져 있던 어느 날. 요코는 존의 광팬으로부터 소포 하나를 받게 된다. 소포 속에는 바늘뭉치로 만들어진 인형이 들어 있었다. 마치 자기 남자를 빼앗아 가버린 여자한테 음해와 복수의 심정으로 보낸 이 물건은 일종의 폭탄 테러 비슷한 것이었다.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에서 ‘괜찮아!(Forget it)’를 처음 본 순간 떠오른 이 에피소드는 사실상 이 작품이 제작되기 전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코는 마치 미래의 사건을 예견이나 한 것처럼 이 작품을 만들었다. 이런 작품은 ‘개념미술’이라고 부르는데, 쉽게 말해 아이디어와 생각 자체가 예술이 되는 것을 말한다. 개념미술은 제목(혹은 지시문)이 매우 중요한데, 이 작품에서도 제목과 바늘이.. 더보기
[지금 논쟁 중]미술인 대상 서바이벌 오디션 ‘미술인 서바이벌 오디션’이라 불리는 케이블채널 스토리온의 프로그램 가 이달 말 방영을 앞두고 있다. 미술인을 대상으로 한 첫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미술계의 의견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긍정적 영향을 강조하는 미술인들은 가 일반인들의 미술에 대한 관심을 높여 미술의 대중화를 이룰 것이라고 본다. 또 선정된 작가에 대한 갖가지 파격적인 지원이 있는 만큼 새로운 미술가의 발굴과 양성에도 이바지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부정적 파장을 우려하는 미술인들은 상업성으로 인해 미술, 미술인이 지닌 문화적·예술적 가치를 크게 훼손한다고 말한다. 나아가 미술에 대한 대중화는 이룰지 몰라도 현대미술에 대한 갖가지 오해를 더하고, 한국 현대미술의 하향평준화 등 부작용이 더 크다고 주장한다. ■ 작가들 소통 통.. 더보기
이런 복수 어때요?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는 지조있는 유대인 과부 유디트가 아시리아 군대로부터 자신의 백성을 구했다는 구약 외경의 이야기를 표현한 것이다. 한국으로 치면 ‘논개’인 유디트가 적장 홀로페르네스를 유혹해 술에 취하게 한 뒤 목을 베었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라는 17세기의 한 여성화가가 그린 이 그림은 화가 자신이 겪었던 기막힌 사연을 담고 있다. 그녀는 19세 때 그림을 가르쳐주었던 아버지의 친구이자 당대 해경(海景)에 능통한 화가였던 아고스티노 타시라는 남자에게 강간을 당한다. 이 사건은 아버지의 고소로 세간에 알려지게 되었고, 그녀는 쫓기듯 피렌체의 한 화가와 결혼하게 된다. 이 그림은 피렌체 시절 그린 유디트 연작 중 하나이다. 아르테미시아는 홀로페르네스의 얼굴에 강간한 남자를 그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