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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품은 아이 우스갯소리 같지만 둘이 대화라도 나누려는 듯이 보였다. 느낌이 그랬다. 아직 기저귀도 못 뗀 사내아이와 세상을 다 덮을 듯 거푸 파도를 내뿜는 바다는 급(?)에 맞지 않는 대화상대였을 터였다. 아이는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세상을 향해 성큼성큼 걸음을 내딛는 중이었다. 바다는 그런 아이를 너른 마음으로 품으려는 속 깊은 어른의 형상이나 다름없었다. 온몸이 모래투성이인 세 살배기 아이의 이름은 남이윤. 바다보다 더 큰 품으로 어린 아들의 곁을 지키고 있던 아빠 종민씨는 아까부터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않고 있었다. 잘 놀아주는 아빠냐고 대뜸 농 섞인 질문을 던졌다. “우리는 친구처럼 편안하다”고 즉답한 그는 자신이 놀아 ‘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 공감하며 지내는 사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오히려 아이로부터 .. 더보기
슈퍼 강아지 반려동물을 키울 때는 그 동물을 잘 돌보거나 죽을 때까지 책임질 자신이 있는 사람만이 키웠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동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갖춘 사람만이 키웠으면 좋겠습니다. 목줄과 입마개, 배변봉투로 무장하고 나서야 바깥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도시의 개와 사람들은 안쓰러워 보입니다. 저도 예전에 개를 키워 보았지만 힘이 넘쳐나는 개를 외롭게 좁은 아파트에 살게 하고 싶지도 않고, 사랑하는 개가 죽는 모습을 또 보고 싶지도 않습니다. 다시 개를 키우고 싶지만 개와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더보기
분칠하는 가짜들의 불편한 아름다움 2013년 일본 오사카 중심부에 빼곡히 들어선 고층 빌딩 숲을 지나던 시민들은 갑자기 바뀐 도시의 풍경에 감탄과 함께 환호를 보냈다. 오랜 세월 가로를 답답하게 채웠던 거대한 30층 높이 마루 빌딩 1층에서 6층까지가 벽면 녹화를 통해 녹음이 풍성한 자연으로 변모했기 때문이었다. 바로 오사카가 배출한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아이디어를 내 지역의 새로운 상징이자 자부심이 된 ‘도시의 큰 나무’ 프로젝트였다. 흥미로운 점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녹화의 대부분이 플라스틱 조화였다는 사실이다. 벽면 녹화라는 특성상 성장하는 시간이 걸리는 넝쿨식물 위주로 조성이 되었고 시민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초기효과에 보다 중점을 둔 것이리라. 워낙 정교하게 만든 탓에 시민들 모두 속아 넘어갔지만 몇몇 전문가들에 의해 .. 더보기
미어캣의 스카프 어느 날, 외국 여행에서 돌아온 미어캣의 목에는 붉은 천조각이 펄럭이고 있었다. 마을의 미어캣들은 시선을 빼앗겼다. “이건 스카프라고 해. 아주 먼 곳에서는 가장 똑똑하고 사냥을 잘하는 미어캣들만이 이런 스카프를 두르고 있지.” 그는 자신에게 먹이를 많이 가져오는 미어캣들에게만 이 스카프를 주겠노라 선언했다. 사실 마을의 모든 미어캣이 처음부터 이 붉은 천조각에 매료된 것은 아니다. 스카프 없이도 그들 공동체는 행복했다. 아침에 일어나 적당히 사냥한 식량으로 배를 채우고, 볕을 쬐며 낮잠에 빠져드는 고요한 일상이 당연했다. 자연의 시간에 맞춰 살던 미어캣들의 삶은 스카프를 두른 이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스카프가 용맹함, 특별함을 상징하는 물건이 되면서부터 다른 속도와 욕망으로 빨려들어갔다. 스카프가 없는.. 더보기
떠났지만 ‘떠나지 않은’ 친구 잃고 싶지 않은 친구가 있었다. 가만히 그의 삶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뿌듯하게 부푸는 아름답고 멋진 친구였다. 동갑내기인 데다 자기 분야에서 나름의 열정을 채운 뒤 마흔 즈음이 되어 캄보디아를 찾아 새롭게 인생의 항로를 재설정했다는 점에서 우리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러나 현지 주민들과 몸과 마음을 나누며 살아가는 그 친구에 반해 사진작품이나 조금 건지겠다며 허세를 부리던 당시의 나는 비교 자체가 우스운 일이었다. 그는 힘겹고 고달픈 이들의 삶 한가운데로 들어가 가슴으로 온기를 나누는 것에 주저함이 없는 친구였다. 열악한 환경의 도시빈민촌에 아예 들어가 살면서 가장 가난한 이들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그의 참모습을 경탄스럽게 바라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진즉부터 그의 몸에 스민 병마가 아니었.. 더보기
예쁜 사람 거리에 멋진 남자와 예쁜 여자들이 참 많습니다. 완벽한 화장술과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는 패션으로 자신의 외모를 자신 있게 표현하고 다닙니다. 비슷하지만 좀 다르게, 다르지만 비슷하게 그렇게 유행에서 멀어지지도 않고, 너무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두면서 자신을 표현하고 다닙니다. 그러나 더위가 무서워 편안하고 시원한 옷으로 대충 걸치고 나온 저는 저 나름의 패션으로 자신 있게 발가락에 바람을 느끼며 뜨거운 거리를 걸어봅니다. 더보기
미술계, 그 답답하고 속상한 풍경 대한민국의 국공립미술관장은 곧잘 부유하는 자들의 몫이다. 비정주적 삶이 일상임에도 자리에 대한 욕망은 고정적이다. 다만 그 욕망에 비례해 과연 그들이 지역과 미술계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성과는커녕 들려오는 소식이라곤 내리고 타기 바쁜 지하철 내부에 포스터 형식의 이미지 몇 점 걸어놓고 “예술의 즐거움과 치유의 시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하는 궤변 따위다. 많은 이들이 돈과 시간을 들여 미술관에 가는 것은 ‘예술의 효과’ 때문이다.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예술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체감하기 위해서이다. 한데, 국립현대미술관장이라는 이는 그저 또 다른 광고의 하나로 소비될 복제물을 열차 내에 늘어놓곤 예술의 즐거움과 치유의 시간을 말한다. 이미 낡고 흔한 방식을 ‘혁신적인 시도’라고 자.. 더보기
브릭 하우스 모타운 레코드의 간판 그룹 코모도스가 1977년 발표한 ‘브릭 하우스’에서 제목을 가져오긴 했지만, 그 음악에서 영감을 받은 건 아니라고 했다. “그녀는 벽돌집, 그녀는 힘이 넘쳐요”라는 가사가, 여성은 깨지기 쉽고 연약한 것이 아니라 강하고 견고한 존재라고 말하고 싶었던 작가 시몬 리의 마음과 닿았을 뿐이다. 5m 높이에 이르는 조각상 ‘브릭 하우스’는 6월 초, 도시재생의 이상적인 사례로 꼽히는 뉴욕 맨해튼 하이라인파크 위에서 대중에게 첫선을 보였다. 허드슨 강변의 초대형 재개발 프로젝트 허드슨야드와 맞물려 주목도가 점점 높아져 가던 하이라인파크는 공공미술 커미션 프로그램 ‘좌대’를 계획하면서 이 장소에 산책코스 이상의 의미를 부여한다. 공공장소에 설치하는 현대미술을 통해 대중에게 다양한 영감을 불어.. 더보기
콩새의 귓속말 대화를 끝낸 그는 조용히 평상 위에 누웠다. 가을하늘 품은 햇살이 그의 등을 따사롭게 덮었다. 조금 전 그는 이 옥상 아래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조폭들이니 조심하라는 귓속말을 내게 건넸고 나는 내 안위를 염려하는 콩새의 마음에 고맙다는 화답을 마친 참이었다. 물론 그의 말은 진짜가 아니다. 애칭 ‘콩새’로 불리는 그는 후천적으로 생긴 조현병으로 인해 정신장애가 있다. 발병 이후 세상과 담을 쌓은 콩새가 유일하게 집 바깥을 찾는 곳이 이 옥상 아래 입주해 있는 수원정신보건센터다. 우리는 몇 달째 ‘카메라로 세상 마주보기’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통해 만나오는 사이였다. 심리적 불안 상태라 하더라도 마음을 다한 ‘충고’를 내게 건네는 그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든 건 당연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콩.. 더보기
작은 악마 작은 악마가 있습니다. 언제나 나쁜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 나쁜 녀석입니다. 남 잘되는 걸 싫어하고, 놀기 좋아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 것만 하고 싶어 하고, 또 언제나 화가 나 있는 나쁜 녀석입니다. 이 녀석은 항상 바깥세상으로 나오고 싶어 하지만, 아직까지 자기 마음대로 나오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이 녀석은 어둡고 깊은 곳에서 살면서 언제나 밖으로 뛰쳐나올 기회를 노리고 있는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있는 작은 악마입니다. 더보기
모든 것은 건축이다 모든 학문이 그렇듯 건축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고대 이후 오늘날까지 건축에 대한 수많은 정의 중 가장 극단적인 것을 꼽으라면 당연히 ‘모든 것은 건축이다’일 것이다. 이는 작고한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의 거장 한스 홀라인(1934~2014)이 1968년 제대로 실현된 작품도 없던 젊은 시절 패기 넘치게 발표한 논문 제목으로 당시 세계 건축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우리가 내용을 보다 자세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선언문 전후인 1960년대에 발표된 그의 작품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물질적 환경제어 용품’(사진 1)이라는 이상한 이름의 ‘건축작품’은 하나의 캡슐 알약에 불과하다. 그것은 폐소공포증 환자를 위해 고안된 것으로 알약을 복용함으로써 환자의 갑갑한 공간에 대한 인식력을 떨어뜨리는.. 더보기
사랑은 메시지, 메시지는 죽음 7분간, 우리 눈앞에는 미국에 살고 있는 흑인들의 삶이 흐른다. 작가 아서 자파 혹은 어떤 개인들이 기록하거나 매스컴이 포착한 영상 안에는 마틴 루서 킹, 마이클 조던, 마이클 잭슨처럼 명성 높은 흑인, 인권을 보장받고자 거리로 나선 흑인, 영웅이 된 흑인, 체포당하는 흑인, 공격당하는 흑인, 춤추고 노래하는 흑인, 결혼하는 흑인, 대통령이 된 흑인이 있다. 그들의 일상은 행복과 분노의 감정을 넘나들고 핍박과 혐오를 거부하는 투쟁의 역사를 기억하고, 춤과 음악이 충만한 아름다운 순간들을 아우른다. “음악은 우리 흑인이 완전히 자신을 실현시킨 공간입니다.” 흑인 예술가 아서 자파는 흑인 뮤지션 카니예 웨스트가 복음성가에 영감을 받아 만든 힙합 트랙 ‘울트라이트 빔’의 속도 위로 이 순간들의 클립을 올려놓는.. 더보기
세월을 품은 향기 가슴에 ‘쿵’하는 울림이 느껴졌다. 내용설명이 없어도 고스란히 감동이 밀려왔다. 남들이 찍은 사진을 수없이 보아 왔고 그래서 익숙했던 기존의 감흥들과는 밀도가 꽤 달랐다. 시큰해진 콧잔등을 가린 채 이 사진을 찍은 하동진씨(36)와 이야기를 나눴다. 동진씨는 87세의 고령에 치매에 걸려 요양병원에 누워 계신 외할머니가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며 몹시 안타까웠다. 문득 고향집 구경을 시켜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한 그는 외할머니를 모시고 외갓집을 찾는다. 사진은 그 집 앞에서 오래도록 야채노점을 해온 광산댁 할머니(79)가 대뜸 외할머니의 손을 붙잡고 한참을 울먹이는 모습의 찰나를 찍은 것이었다. 동진씨는 평생 언니동생으로 우애를 나눠 온 두 분의 ‘애틋한’ 순간을 지켜보면서 뭉클한 심정으로 .. 더보기
머릿속 말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고 있는 말이 있습니다. 말하고 싶지만 말할 자신이 없습니다. 한번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취소할 수도, 잊어달라 할 수도 없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있지만, 확신이 서지 않아 아직도 머릿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만 있습니다. 더보기
‘문외한’ 정치인보다 못한 미술전문가 지난 4월 미술평론가 이선영은 한 매체에 ‘공무원이 책정하는 이 지면의 원고료는?’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해 큰 공감을 얻었다. 모 지자체가 운영하는 창작공간 입주 작가들의 평론을 써서 보냈더니 원고료가 달랑 13만원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의 관료주의를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많은 예술인들이 그 글에 동의를 표했던 이유는 전문성 따위가 들어설 자리 없는 원칙을 신봉한 채 정량적, 기계적, 보수적으로 일하는 관료제의 견고함을 일찌감치 체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언급된 사례가 글쓴이만의 황당한 경우는 아니었던 것도 반향에 일조했다.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이 숱했다. 얼마 전만 해도 그랬다. 하루는 모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작가로부터 평론을 의뢰받았다. 하.. 더보기
데이터의 오류 “여러분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러 왔어. 선명함의 세계에서 뒤편으로 떠밀리고 사라진 주인공들의 논픽션이지. 우리 인간은 끊임없이 선명한 시각을, 확실한 생각을, 그리고 정확한 정보를 알고자 하지. 그래서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열린 가능성을, 그물망을 만들었어. 그리고 제2의 눈을 만들어 모든 것을 바라보도록 하지. 다음 발을 어디에 내디뎌야 할지 가늠할 수 있도록 말이야. 그러나 이는 여기 주인공들에겐 아무 소용없는 것이야. 왜냐하면 그들은 보여지는 것에 실패했기 때문이지. 그들은 우리의 그물망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야. 우리의 데이터베이스 속에 살지 않기 때문이야.” 이 카메라는 사람의 얼굴을 따라간다고 했다. 내 얼굴이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카메라가 왼쪽, 오른쪽, 위아래, 심지어 앞뒤로 움직이.. 더보기
사랑싸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고 어떻게 끝난 줄도 모르는 이 알 수 없는 싸움은 참 애매합니다. 슬퍼하는 친구에게 “그래 잘 싸웠다. 헤어져라 그 사람이 잘못했네. 더 좋은 사람 만날 거다.” 조언을 하고 위로해 주지만, 그다음 날이면 또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괜히 중간에서 조언한 사람만 이상한 사람이 되어 버립니다. 사랑싸움은 끝도 없고 시작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 누구도 끼어들 수 없는 오직 그 둘만의 싸움입니다. 더보기
세월에 동화되는 시간 한세월 가득한 얼굴을 마주할 때가 잦다. 길거리를 지나거나 채비를 갖추어 떠난 여행지 등 어디서나 늘 접하는 평범한 노인들의 얼굴이다. 느낌이 좋다 싶으면 한동안 곁에 쪼그리고 앉는 일도 많다. 언젠가 잘 아는 지인이 내게 “네 사진의 반은 노인들이더라”며 농담을 건넨 적이 있다. 처음엔 수긍하기 어려웠지만 그 말이 아주 틀린 말도 아니다. 노인어른들에 대한 관심 또는 애정(?)에서 비롯된 나의 시선은 어릴 적 경험에서 크게 부여받았다. 방학 때마다 차멀미를 마다하고 찾아간 외갓집에서의 기억은 내게 무척이나 소중한 경험으로 남아 있다. 버선발로 뛰어나오시던 그 환한 얼굴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평생을 농사일에 찌들어 검게 탄 외할머니의 얼굴은 내게는 누구와 바꿀 수 없는 너무나 아름답고 친숙한 얼굴이다... 더보기
너의 집이자 우리 모두의 도시 만약 당신이 교도소를 설계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건축가가 되었다고 가정하자. 우선 당신은 감옥이 수행해야 할 기능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범죄자를 벌주기 위한 장소일 것인가? 사회에 동화되지 못할 그들이 악한 일을 못하게 격리하는 장소이어야 할 것인가? 혹은 나쁜 사람들이 치료되어 구제될 수 있는 장소여야 할 것인가? 물론 각 결정은 전혀 다른 모습의 설계 방식을 필요로 할 것이다. 첫째 것은 냉혹한 지하 감옥과 같은 결과일 것이고, 두 번째는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견고한 창고, 반면에 셋째 것은 아마 자연 속의 요양소의 성질과도 가까운 것이 될 것이다. 당신의 결정은 건물이 완성된 후 오랜 세월에 걸쳐 교도관들뿐 아니라 수천명에 달하는 죄인을 인간적으로 더 좋게 혹은 더 나쁘게 하는 데 지대한 영향.. 더보기
VR 퍼포머 “뚜껑이 열렸어!” 나는 노란 스커트에 하얀 스니커즈를 신은 흑인 여성이었고, 다른 누구는 또 다른 누가 되어 어둑한 동굴에 모여 있던 그 순간, 동굴이 서서히 머리 위로 들어 올려졌다. 우리는 5m의 거인들에게 둘러싸인 채, 광활한 대지 위에 있다. “거인들과 하이파이브 하고 싶은데 눈에 초점이 없는 것 같아. 시선을 마주칠 수가 없어.” 거인들의 움직임을 좇느라 분주한 우리의 눈은 어디인지 특정할 수 없는, 사막 같은, 대지 같은, 아니면 다른 행성일지도 모를 공간을 두리번거린다. “코로 숨을 쉬니까 시원한 바람이 들어와.” “광활한 대지인데도 밖으로 나갈 수 없군.” 거인들은 순식간에 우리를 사막에서 산으로, 도시공원으로, 마티스, 베이컨, 이브 클랭의 작품이 걸려 있는 실내로 이동시킨다. 난쟁이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