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꽃처럼 아름다운 그녀들 보기에 너무 좋아 감동이 일렁이는 순간이 있다. 그런 순간을 마주할 때면 기분 좋은 여운도 오래 남는다는 걸 알기에 기꺼이 카메라를 들곤 한다. 얼마 전 내가 사는 동네에서 마을잔치가 열렸다. 어린아이들과 연세 높은 어르신들 그리고 여러 가족이 한데 모여 함께 흥을 나누는 자리였다. 그들 중 유난히 시선을 끄는 참가자들이 있어 짬이 될 때마다 그 옆에 가까이 서서 모습을 지켜봤다. 살아온 세월이 70~80년은 족히 넘었을 동네 할머니들이 그 주인공이었다. 할머니들은 사물놀이패의 구성진 장단에 맞춰 소싯적 솜씨를 자랑하시며 흥겹게 춤을 추셨다. 처음에는 머뭇거리던 오유순 할머니(83)는 점점 솜씨의 수위를 높이시더니 곱게 화장한 얼굴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힐 정도로 춤판을 거두지 않으셨다. 숨겨둔 끼를 죄.. 더보기
표정 사람들의 얼굴을 그릴 때 작은 선 하나만 잘못 그어도 그 사람의 표정은 완전히 달라 보입니다. 화난 얼굴로 바뀌기도 하고 나이 든 얼굴이나 멍청한 표정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잠시 찡그리거나 웃기만 해도 얼굴에 생긴 작은 주름 하나가 우리의 인상을 바꾸어 버립니다. 하루 종일 찡그리며 화난 모습인 사람도 있고, 잔잔한 미소를 띠며 웃는 모습으로 지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잘 웃지 않는 나를 가끔 발견합니다. 이제부터라도 얼굴에 예쁜 작은 선 하나 그어서 웃는 얼굴로 하루를 보내도록 해야겠습니다. 더보기
설 자리 좁은 한국작가들 많은 전시공간이 해외 작가 작품들로 채워지면서 국내 작가들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유수의 갤러리와 국공립미술관들은 외국 작가 모시기에 혈안이고, 한국에 진출한 외국 미술유통업체 역시 한국 작가들에 대한 관심은 그리 높지 않다. 실제로 국내 주요 화랑 중 하나인 국제갤러리는 지난 4월 덴마크 출신 듀오 엘름그린&드라그셋의 전시를 개최한 이후 스위스 출신의 현대미술가 우고 론디노네 작품전을 잇고 있다. 콜롬비아 태생의 오스카 무리요까지 포함해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개최된 서울 전시의 적지 않은 수가 외국작가들이다. PKM 갤러리 또한 최근 1년간 진행된 전시의 절반가량을 외국 작가로 채웠다. 학고재갤러리도 구미작가들에게 자주 전시공간을 내주고 있다. 국내 진출한 외국 화랑들의 양태도 비슷하다. 201.. 더보기
목격자 “일단 살아남을 일이다.” 라디오에서 한 출연자가 말했다. 억울하더라도 살아야 한다고, 억울할수록 살아남아야 한다고 했다. 시대가 잠시 눈감을지라도, 결국 누군가는 목격하고, 증언한다. 자신의 회화세계를 ‘탐욕스럽다’고 표현하는 헨리 테일러는 시대의 증인으로서 캔버스 앞에 선다. “회화는 심미적인 작업이 아닙니다. 이 이상하고 적대적인 세계와 우리 사이의 매개자가 되도록 고안된 마법 같은 형식입니다. 우리의 공포와 욕망에 형식을 부여해서 권력을 장악하는 방법입니다.” 피카소가 깨달았다는 이 회화의 의미는 헨리 테일러에게 이어진다. 그는 궁핍한 사람부터 성공한 사람까지, 친한 주변 사람들부터 전혀 모르는 사람들까지 화면에 끌어들인다. 그가 모은 얼굴들은 그들이 겪었을 사건마저 불러낸다. 그는 개인의 초상이.. 더보기
이상한 구조물 너무 계획 없이 만들었나 봅니다. 다른 사람들의 것은 멋지고 튼튼해 보이는데 제 것은 불안하고 이상해 보입니다.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손에 잡히는 대로 만들었더니 아슬아슬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습니다. 계속 수리하면서 억지로 쌓아 올리고는 있지만, 점점 한계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앞으로 태풍이 불어올 수도 있고, 쓰나미가 몰려올 수도 있는데, 내가 만든 것이 버텨낼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앞일은 아무도 알 수 없으니 그때를 대비해 계속 이것저것들을 보강하고 교체하면서 최대한 수리해 만들어 가야겠습니다. 더보기
늙은 오렌지를 바라본다는 것 사물 하나와 거의 매일 눈을 맞추며 지낸다. 휴일이거나 종일 외부 일정이 있는 날이 아니라면 예외가 없다. 대단히 귀하거나 뭔가 특별한 품새를 지닌 것도 아니다. 통칭 과일로 불리는 오렌지가 그 주인공이다. 애초 입맛을 채우기 위해 과일가게에서 산 여럿 중 하나였다. 사무실 책장 한 귀퉁이에 일부러 두고 바라본 지 100일이 훌쩍 넘었다. 시간의 궤적이 쌓이는 동안 당연히 오렌지의 외양은 처음과 완전히 달라졌다. 싱싱한 상태로 내 앞에 ‘생성’되었던 오렌지는 어느새 특유의 주황빛과 탄력을 거의 잃은 ‘소멸’의 시기에 들어선 지 오래다. 바닥에 닿는 부분에는 곰팡이까지 잔뜩 피어 있고 시큼한 냄새도 별로 좋지가 않다. 썩어서 퇴화 중인 보잘것없는 사물일 뿐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놀랍게도 나는 이 생성과 소.. 더보기
여백의 의미 건축가로서 건축주에게 의뢰받은 새로운 계획을 제안할 때마다 항상 논점이 되는 것은 특정한 기능을 가지지 않는 중정이나 넓은 복도와 같은 공용공간의 쓰임에 관해서이다. 왜 이러한 쓸모없는 공간을 크게 만드는 것이냐고 물으면 이것은 전체적인 건축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여백”이라고 나는 대답한다. 여기서 말하는 여백이라는 것의 의미는 아무 목적도 없는 ‘0’의 공간이라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사람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개입과 아이디어에 의해 무한적으로 가능성이 확장되는 시작으로서 ‘0’의 공간이다. 기능적으로만 정돈되고 짜인 공간은 일견 효율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계획된 것 이상의 어떠한 가능성도 발생하지 않는다. 우리 삶을 조직하고 창조적 관계성을 만들어야 할 공간이 획일적이며 일방적 소통의 틀이 되는 것.. 더보기
당신이 외롭게 죽고 난 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든 그저 숨이 끊겼든, 당신이 외롭게 죽고 난 후, 그 죽음을 알아차린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 한 달이 가고, 두 달이 가고, 전기료, 수도료가 연체되고, 끊기고, 기다리다 못한 업체가 당신의 방문을 두드리면, 그때서야 당신의 죽음은 문밖으로 흘러나올 것이다. 비밀스러웠던 시간만큼 넘쳐나는 구더기가 당신 곁에서 토실토실 자라고 있을 것이다. 체격이 좋은 당신이라면, 몸에서 흘러나온 기름 ‘쩐내’로 방을 채울 것이다. 겨울이라면, 암모니아 냄새가 코를 톡 쏠 것이다. 미술관의 도슨트가 미술을 쉽게 설명해주는 것처럼, 세상 속 난해한 이야기를 조금은 다가가기 쉽게 보여주고 싶은 다큐멘터리 작가팀 ‘더 도슨트’는 그 고독한 죽음의 현장을 정리하는 ‘특수청소부’의 작업현장을 영상에 담았다. .. 더보기
광식씨의 세상나들이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온몸에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양파를 다듬고 있었다. 인사 한마디 건네볼까 싶었지만 방해될 게 뻔해 한참을 기다려서 겨우 말을 붙일 수 있었다. 말을 붙이려던 이유는 단순했다. 한여름 뜨거운 햇볕쯤 아랑곳하지 않으면서도 묵묵히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자꾸 눈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올해 나이 쉰을 넘긴 그의 이름은 김광식. 1급 지체장애를 가진 그와의 인연은 그렇게 1998년 여름 경상북도 문경 인근의 한 작은 농촌에서 열린 장애인농활 행사 즈음 시작되어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몸에 새겨진 장애와 상관없이 그의 몸은 그때나 지금이나 부지런하기 짝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떠다닌다. 태어나자마자 부모님에게 버려진(?) 아픈 기억도 구타와 통제가 심했던 장애인시설에서의 성장 과정도 .. 더보기
꽃밭 골목 담벼락 밑 조그만 화단에 이름 모를 예쁜 꽃들이 잔뜩 피어 있습니다. 달력의 숫자는 아직 봄이지만, 날씨는 벌써 한여름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계절을 앞질러 뜨거워진다 해도 꽃들은 순서대로 계절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예쁜 봄꽃들은 화려한 색과 예쁜 꽃가루를 자랑하며 꿋꿋이 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도 한여름 땡볕 같은 날씨지만 봄꽃의 자랑이 끝난 다음에야 여름이 올 수 있습니다. 더보기
베니스비엔날레 단상 여기, 베니스의 기온은 차다. 반팔을 입고 다니기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그러나 베니스비엔날레의 열기는 계절의 스산함을 밀어내기에 충분하다. 세계 각지에서 몰려드는 인파만 놓고 보자면 베니스는 벌써 한여름인 셈이다. 58회를 맞은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의 주제는 ‘흥미로운 시대를 살아가기를’이다. 흥미롭다는 형용사로 인해 왠지 긍정적 의미로 읽히지만, 실은 우리가 누리고 있는 안녕과 평화가 얼마나 위험하고 불안정한 것인지 되묻는다는 게 핵심이다. 살아가기 버거운 세상을 역설적으로 꼬집는 주제 때문인지 79명의 작가들이 내놓은 작품 역시 환경, 난민, 전쟁, 여성, 인종, 소수자 등 당대 인류가 처한 시대 징후에 집중되어 있다. 하나같이 우리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슈들이다. 문제는 잘 정돈되어 .. 더보기
시뮬레이션 구글의 카메라가 포착한 스트리트뷰를 자신의 작업 안으로 가지고 들어오고, 인터넷 속의 가상 커뮤니티를 관찰하고, 비디오 게임에 집중하는 사용자의 행동을 분석하면서, 웹이라는 ‘깊고 어두운’ 온라인 세계와 그 안의 하위문화를 탐구해온 작가 존 라프만. 럭셔리와 스트리트 패션의 감성을 혼합하여 패션에 대한 고정 관념을 뒤집으면서 영향력을 획득한 베트멍을 만들고, 유서 깊은 발렌시아가에 ‘파괴적이고 반문화적인 관점’을 주입하며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한 패션 디자이너 뎀나 바잘리아. 이 두 사람은 다름 아닌 아트바젤 행사장에서 만났다. 상위문화와 하위문화를 구별하는 계층 구조를 수긍할 수 없었던 81년생 동갑내기 두 사람은, 발렌시아가의 2019SS의 패션쇼 무대 디자인과, 캠페인 영상작업을 함께하기로 했다. 존.. 더보기
목욕 물에 몸을 담근 채 얼굴만 내어 놓고 있습니다. 물의 힘으로 나의 몸무게가 줄어드는 것을 느낍니다. 뜨거운 물에 온몸이 나른해지고 힘이 빠집니다. 몸이 스르르 떠올라 무중력 상태가 됩니다. 안경 벗고 잘 보이지 않는 눈앞에는 뿌연 수증기만 가득합니다. 그것이 더 물의 온도와 어울려서 몸과 마음을 몽롱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렇게 온몸의 힘이 빠지고, 또 그동안 몸 곳곳에 쌓여있던 피로도 사라져 버립니다. 더보기
어머니의 마지막 손길 어버이날 다섯 살 딸아이에게서 꽃편지를 받았다. 동년배 친구들은 자녀 대부분이 대학생이거나 성년이 되었는데 아마도 이날 손편지의 ‘맛’을 진즉에 다 보았을 터였다. 비록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손길로 잘 다듬어져 있긴 했어도 뒤늦은 나이에 어린 딸아이의 사랑 가득한 선물을 받고 보니 뭉클한 감동을 표현할 길이 없다. 뭉클함의 이유를 하나 더 대자면 2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의 체취가 덩달아 그리워져서이기도 했다. 어머니는 2년 전에 급작스러운 병환으로 먼 길에 드셨다. 숨을 멈추시던 새벽 그 긴 시간 동안 어머니의 손을 부여잡고 한없이 흘리던 눈물도 어제 일처럼 떠올랐다. 아직도 마지막으로 어머니께서 만들어 주신 밑반찬이 냉장고 깊숙이 보관되어 있다. 임종하시기 6개월 전에 직접 만들어 주신 멸치와 콩을 볶.. 더보기
그림자가 짙을수록 빛은 가깝다 1941년 가난한 가정에서 쌍둥이 중 첫째로 태어난 소년의 부모는 두 아이를 동시에 키울 형편이 못되어 첫째를 외할머니에게 입적시킨다. 소년은 자라면서 건축가를 꿈꾸었다. 할머니의 생활까지 책임져야 하는 형편에 성적도 좋지 않아 대학을 포기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건축가가 되고자 하는 꿈은 접지 않은 채 공고 졸업 후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건축 책을 탐독하였다. 어느 날 헌책방에서 르 코르뷔지에의 작품집을 발견하고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하지만 수중에 돈은 한참 부족했다. 매일 선 채로 보다 남이 사갈까 살며시 책방 구석 책더미 아래 숨기고 돌아섰다. 다음 날 책이 밖으로 나와 있으면 다시 책을 숨기는 일을 반복했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기어코 그 책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더보기
주름 아들 부부도 처음부터 아버지 에밀리오를 요양소에 보내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침대에 앉아 수프를 먹다 말고, “솔직히 말씀드리죠. 이 정도 수입이면 대출 승인이 힘들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는, 한때 은행원이었던 아버지를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에밀리오를 돌보느라 예매해 둔 공연을 놓치는 생활에 진절머리가 난 아들은 당신 아버지는 우리들이 필요하다는 아내의 말을 뒤로한 채, 에밀리오의 아파트를 팔아 수영장 사진이 5성급 호텔처럼 근사한 요양원으로 모셨다. “오래된 아파트보다 낫지 않아요?” 아버지 때문에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는 없었던 아들은 자신의 일상을 돌려받을 수 있는 ‘효도’를 했다. ‘현실’에서 거리를 두는 선택을 한 그는 기억을 지워가는 아버지를 지척에서 지켜보는 것이 두려웠을지도 모른다. .. 더보기
5월의 소망을 품고 5월에 들어선 때문인지 어린아이들이 눈에 자주 든다. 푸른 5월의 하늘처럼 맑은 기운이면 좋으련만 근래 들어 전파를 타고 들리는 가슴 아픈 소식들 탓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순간이 더 많다. 그 먹먹함에 크게 절망했던 오래전 기억이 하나 있다. 2003년 3월 이라크 전쟁의 와중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잠시 머물렀던 때다. 현지의 분위기는 우려를 훨씬 넘어 두렵기까지 했다. 간간이 들려오는 폭음과 성한 데 없이 총탄 자국으로 가득한 건물 담장들 사이에서 만난 아이들은 낯선 동양인의 출몰을 동심 어린 호기심으로 맞이해주지 않았다. 손가락으로 총질을 하는 것은 물론 나름 선의로 준비한 과자봉투를 빼앗아 내 얼굴에 던지기도 했다. 심지어 내 등에 돌을 던지는 아이들도 있었다. 두려움은 날 선 눈빛과 거친 행동 때.. 더보기
라푼젤 동화 속 라푼젤처럼 깊은 숲속 높은 탑에 홀로 갇혀 있다면 어떨까요? 마음대로 갈 수도 없고, 친구도 없고,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도 없다면…. 그런데 현실 속 우리도 동화 속 라푼젤의 신세와 별반 다르지 않은 거 같습니다. 사는 데 바빠서 멀리 떠날 수도 없고, 친구를 사귀기도 어렵고,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러 가기도 힘듭니다. 동화 속 라푼젤은 탑에서 그녀를 구해 줄 왕자님이라도 있지만, 자기 힘만으로 도시의 높은 빌딩에서 탈출해야 하는 현실 속 우리는 라푼젤보다 더 힘든 상황입니다. 더보기
예술지원에 왜 내 세금을 쓸까? 지난달 4일 발표된 ‘2018 예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예술인들의 약 70%는 예술 활동을 통해 얻는 수입이 월 100만원도 채 되지 않는다. 수입이 아예 없다는 예술인도 30%에 달한다. 그나마 미술인들의 수입은 월 수십만원에 불과하다. 통계만 보면 예술가들은 예술로 먹고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이 때문에 이런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이들은 미술인을 포함한 예술인들의 처우개선에 목소리를 높인다. 안전판을 만들어줘야 한다거나 강화된 창작지원 및 예술인복지 제도를 통해 보호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국민 입장에선 정부나 지자체가 어째서 예술과 예술가들을 세금으로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에 만족스러워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관련 기사나 글에는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인데 왜 내가 낸 세금으로.. 더보기
두번째 사랑의 여름 구치의 더블G 로고가 촘촘히 박힌 구치컬렉션으로 치장한 디제이 비너스엑스는 우창의 카메라 앞에서 말한다. “다양성이란 말, 난 별로예요. 계급, 인종…… 다양성이 있지도 않은 단일성의 반대말처럼 쓰이잖아요.” 1988년, 애시드 하우스 뮤직, 레이브 파티가 퍼져나가면서 젊은 클러버들은 ‘해방’, ‘협력’, ‘기성 체제의 거부’라는 선물을 받았다. 그들은 익숙했던 세계와 쿨하게 결별하고, ‘전에 없던 세계’를 행복하게 만날 수 있었던 1988년 무렵의 시절을 ‘두번째 사랑의 여름’이라고 불렀다. 그 여름이 지난 후, 춤추는 방식, 장소, 관계 그 모든 것이 바뀌었고 확실해 보였던 것들도 사라졌다. ‘기성’의 땅 위에 살던 이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해야 할지 감조차 잡을 수 없는 변화의 시간이 흘렀다. 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