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외롭게 죽고 난 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든 그저 숨이 끊겼든, 당신이 외롭게 죽고 난 후, 그 죽음을 알아차린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 한 달이 가고, 두 달이 가고, 전기료, 수도료가 연체되고, 끊기고, 기다리다 못한 업체가 당신의 방문을 두드리면, 그때서야 당신의 죽음은 문밖으로 흘러나올 것이다. 비밀스러웠던 시간만큼 넘쳐나는 구더기가 당신 곁에서 토실토실 자라고 있을 것이다. 체격이 좋은 당신이라면, 몸에서 흘러나온 기름 ‘쩐내’로 방을 채울 것이다. 겨울이라면, 암모니아 냄새가 코를 톡 쏠 것이다. 미술관의 도슨트가 미술을 쉽게 설명해주는 것처럼, 세상 속 난해한 이야기를 조금은 다가가기 쉽게 보여주고 싶은 다큐멘터리 작가팀 ‘더 도슨트’는 그 고독한 죽음의 현장을 정리하는 ‘특수청소부’의 작업현장을 영상에 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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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사랑의 여름
구치의 더블G 로고가 촘촘히 박힌 구치컬렉션으로 치장한 디제이 비너스엑스는 우창의 카메라 앞에서 말한다. “다양성이란 말, 난 별로예요. 계급, 인종…… 다양성이 있지도 않은 단일성의 반대말처럼 쓰이잖아요.” 1988년, 애시드 하우스 뮤직, 레이브 파티가 퍼져나가면서 젊은 클러버들은 ‘해방’, ‘협력’, ‘기성 체제의 거부’라는 선물을 받았다. 그들은 익숙했던 세계와 쿨하게 결별하고, ‘전에 없던 세계’를 행복하게 만날 수 있었던 1988년 무렵의 시절을 ‘두번째 사랑의 여름’이라고 불렀다. 그 여름이 지난 후, 춤추는 방식, 장소, 관계 그 모든 것이 바뀌었고 확실해 보였던 것들도 사라졌다. ‘기성’의 땅 위에 살던 이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해야 할지 감조차 잡을 수 없는 변화의 시간이 흘렀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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