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지배하는 자
식물학자이자, 예술가인 루스 이언은, 캠든아트센터 안으로 360개의 나무, 풀, 물건들을 들여놓았다. 양상추, 장바구니, 물뿌리개, 왁스, 꿀, 전나무, 수은, 도끼는 각자 자리를 잡았다. 30개씩 열두 그룹으로 배치된 이 사물들은 각자 특정 날짜를 지시하며 그대로 ‘달력’이 되었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 혁명군들이 만든 새로운 달력 ‘공화력’이었다. 혁명군에는 바스티유 감옥뿐 아니라 종교, 정치, 경제, 생활 전반을 지배하는 권력인 그레고리력 역시 변혁의 대상이었다. 1주일을 10일, 1개월을 30일, 1년을 360일로 정하고, 1년에서 부족한 5일이나 6일은 선행의날, 재능의날, 노동의날, 이성의날, 보상의날, 혁명의날로 명명하여 축제일로 삼았다. 이 달력에서 기존에 있던 종교 축제의날과 성인의날은 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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