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당근 밭 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스님이 밭에서 일하는 모습이라고 얼른 생각했다. 광대무변의 바다 같기도 한 이 풍경을 보고 스님이 떠오른 것은 이 모습이 마치 구도의 자세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일이 잘 안 풀릴 때면 “때려치우고 장사나 하지” 혹은 “농사나 짓지”라는 말을 쉽게 한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은 ‘장사하는 것’과 ‘농사짓는 일’일지도 모른다. 박사, 의사, 판검사 되기가 힘든 일이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웬만한 환경에서 공부만 힘써서 하면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누구나 쉽게 생각하는 ‘장사’는 남의 주머니에서 돈을 가져오는 일이다.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더구나 농사는 온전히 자연에 순응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다... 더보기 이전 1 ··· 33 34 35 36 37 38 39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