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혹은 미니어처 외국인 사진가와 통도사를 거닐 때였는데, 일주문을 향해 걷던 그녀가 문득 형태가 소박한 문과 낮은 담장은 자연을 품기 위한 것이냐고 물었다. 별다른 설명 없이도 건축과 풍경의 어울림을 알아본 작가 특유의 섬세함에 놀라는 한편, 풍경을 소유하려 들지 않던 옛 건축 앞에서 은근 으쓱해졌다. 과거 산과 하늘은 저 멀리 문 밖에도 존재하면서, 네모난 창과 문 안에도 깃들었다. 그날 사진가는 자신에게 사진을 배운 한국 학생들이 구도를 잡을 때 자연스럽게 여백을 강조하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이제 도심에서 이런 풍경을 마주하는 일은 흔치 않다. 층층이 솟은 아파트는 앞집 거실을 넘어다보게 하고, 한강이 바라다보이는 전망은 모두의 것이 아니라 평수의 가치에 따라 소유권을 허락한다. 박호.. 더보기 이전 1 ··· 656 657 658 659 660 661 662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