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와 나 모기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죽이거나 혹은 물리거나’라는 양자택일 앞에서 전쟁이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그러나 내 피를 앗아간 모기를 잡으며 안도감과 쾌감을 느끼는 것도 잠시, 세상 모든 전쟁이 그렇듯 끝내 죽음을 목격해야만 하는 이 싸움 또한 복잡한 질문을 유발한다. 선의의 폭력이란 없기에 이 미물을 살생하는 것도 온당치는 않겠으나 그렇다고 마냥 물리고만 있는 것이 답일까. 아니라면 모든 번식처를 미리 차단함으로써 종의 멸종을 유도하거나 직접 피를 보지는 않는 좀 더 점잖은 살생의 방법을 강구해야 할까.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화생방에 의존한 살생은 과연 모기에게 덜 고통스러운 것일까. 정지필은 이렇듯 꼬리를 무는 질문에 한 가지를 덧댄다. 모기의 죽음을 작품 대상으로 삼는 것은 백과사전적 기록인가,.. 더보기 이전 1 ··· 653 654 655 656 657 658 659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