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 제목은 꽤 거창하다. 거기에 속아 실제 작품을 보면 피식 웃음이 나온다. 어디에 쓰는 건지도 모를 물체들이 고인돌이나 탑처럼 심각한 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뭔가 가벼운 말장난에 속은 기분이지만 작품이 풍기는 진지함에 대놓고 딴죽을 걸 수는 없는 상황이랄까. 상상마당 갤러리에서 전시 중인 ‘고고학’을 위해 사진가 권도연은 아이들의 역할 놀이처럼 스스로 고고학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함께 사는 강아지를 데리고 놀이터로 산책을 나가 삽으로 열심히 땅을 팠으니 말이다. 주택가 땅 밑에는 스티로폼, 컴퓨터 부품, 캔 등 고만고만한 물건들이 숨어 있었다. 때로는 땅 위에서 말라비틀어진 무나 지우개 따위를 덤으로 얻기도 했다. 작가의 눈속임은 감쪽같아서 버섯처럼 보이는 고인돌은 스티로폼이고, 무처럼 보이는 녀석.. 더보기 이전 1 ··· 797 798 799 800 801 802 803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