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와 실용의 속 깊은 만남 미국 뉴욕에 가면, 마치 숨겨놓은 애인을 만나듯 홀로 은밀히 다녀오는 곳이 있다. 맨해튼 최북단, 허드슨 강을 내려다보는 언덕에 위치한 클로이스터다.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의 분관인 클로이스터는 프랑스에 있던 중세 수도원 몇 개를 가져와 그대로 재조립한 중세 유럽예술의 보고다. 이 미술관의 하이라이트는 단연코 로베르 캉팽의 ‘수태고지’다. 플랑드르의 거장인 캉팽은 인류사의 가장 충격적인 사건인, 예수가 태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고지하러 온 가브리엘 대천사와 마리아의 모습을 1400년대 플랑드르 지방 중산층 가정의 전형적인 모습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왼쪽은 기증자인 잉겔브레히트 부부로 당시 유명 상인이다. 상인계급의 봉헌자들은 수태고지의 순간이 마치 자신의 집안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길 바랐으며, 그 순간을.. 더보기 이전 1 ··· 796 797 798 799 800 801 802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