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속 사건 그는 어둠이 내리자 후미진 골목 식당가를 거닐었다. 프랑스에서 온 그에게 네온사인이 화려한 간판들은 낯설고 이국적으로 비쳤을지도 모른다. 그는 그 다음에 유리문이 젖혀진 어느 건물의 실내에 눈길을 빼앗겼다. 다만 식당가를 찍은 직후였는지,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인지는 알 수 없다. 그의 동선과 관심사를 정확히 알고 있는 필름이 말해주는 단서는 여기까지다. 그러나 필름을 현상하자 분명 어떤 사건이 일어났다. 빛은 새어 들어왔고, 마지막에 찍은 실내는 절반만 남아 있던 필름 속에서 잘린 채로 존재하고 있다. 네거티브 필름에 일어난 이 사건은 의도치 않았기에 분명 ‘네거티브’한 사건이다. 그럼에도 필름이 사진기라는 기계 속에서 스스로 일으킨 화학적 사건의 결과는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두 겹의 시간과 공간이 .. 더보기 이전 1 ··· 849 850 851 852 853 854 855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