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와 키냐르 “갈망된 시선은 눈꺼풀을 반쯤 내린다. 나는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그림들을, 그 놀란 듯한 정중함을 좋아했다. 오직 이곳만을 보고 있지 않은 눈. 예전 세계에 중독된 얼굴들. 두 눈으로 바라보는 것과 동시대가 아닌 눈. 반쯤 감은 눈. 포식한 사자의 눈. M과 함께 우리는 1997년 여름 반쯤 감은 이 놀라운 눈꺼풀들을 조사하러 갔다. 그것들은 마치 보이는 것을 가리기 주저하는 동시에 드러내지도 않으려고 주저하는 베일, 인간의 두꺼운 피부에 씌워진 매끄럽고 희미한 베일들 같았다.” 프랑스 소설가 파스칼 키냐르의 의 부분이다. 자전적이면서 문헌학적인, 소설 같지 않은 이 소설을 만났던 경험은 전율 그 자체였다. 그리고 지난 여름 나는 L과 함께 키냐르의 길을 따라갔다. 바로 이탈리아의 아레초로 향했던 .. 더보기 이전 1 ··· 882 883 884 885 886 887 888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