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축구 골대에 휘장처럼 커다란 천을 두른다. 2.5m 정도의 골대 높이를 넘길 수 있는 천은 그 자체로도 꽤 무겁고 크다. 한쪽 골대에는 검은색, 맞은편에는 흰색 천이 둘러진다. 천에는 구멍들이 여러 개 나있다. 이제 당신은 이 무대에 초대받은 손님이다. 규칙은 간단하다. 원하는 색깔의 천으로 가서 원하는 구멍에 손과 얼굴을 내밀면 된다. 그리고 웃는다. 다만 진심으로 웃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요구다. 도대체 나는 언제 어떤 이유로 웃었던가. 해는 중천에 떠서 스포트라이트처럼 얼굴을 환하게 비춘다. 마치 소설 의 뫼르소에게 쏟아지는 태양처럼. 원치 않아도 선택한 무대에 서면 눈부신 태양과 마주하게 되어 있다. 그 태양 아래에서 내 웃음의 기억 혹은 웃음이라는 행위 자체와 마주한다. 태양.. 더보기 이전 1 ··· 879 880 881 882 883 884 885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