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아노의 아이들 조례시간이라는데 선생님은 아직 본격적인 ‘잔소리’를 시작하지 않은 걸까. 같은 곳을 보고 있는 녀석이 하나도 없는 이 교실은 그야말로 개성이 넘친다. 저기 맨 끝줄 명당자리를 차지한 놈은 익숙한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있고, 그 앞줄로는 빠져서는 안되는 교실 풍경을 완성하듯 뒤를 향해 아예 몸을 젖힌 녀석도 있다. 물론 압권은 사진 속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소년이다.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지 미간까지 찌푸린 채 눈은 천장을 뚫을 기세다. 사진 찍는 이방인을 의식하고 있는 건, 그 대각선 뒤편으로 앉은 아이가 유일하다. 이 아이는 나중에라도 카메라를 든 아저씨가 로베르 두아노라는 사실을 알았을까. 그는 외젠 아제, 카르티에 브레송, 윌리 호니스 등 파리를 더욱 매력적으로 기억하게 만든 사진가들의 계보에.. 더보기 이전 1 ··· 883 884 885 886 887 888 889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