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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송수정의 사진 속으로

두아노의 아이들


Robert Doisneau, 조례 시간, 1956

조례시간이라는데 선생님은 아직 본격적인 ‘잔소리’를 시작하지 않은 걸까. 같은 곳을 보고 있는 녀석이 하나도 없는 이 교실은 그야말로 개성이 넘친다. 저기 맨 끝줄 명당자리를 차지한 놈은 익숙한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있고, 그 앞줄로는 빠져서는 안되는 교실 풍경을 완성하듯 뒤를 향해 아예 몸을 젖힌 녀석도 있다. 물론 압권은 사진 속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소년이다.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지 미간까지 찌푸린 채 눈은 천장을 뚫을 기세다. 사진 찍는 이방인을 의식하고 있는 건, 그 대각선 뒤편으로 앉은 아이가 유일하다. 이 아이는 나중에라도 카메라를 든 아저씨가 로베르 두아노라는 사실을 알았을까. 그는 외젠 아제, 카르티에 브레송, 윌리 호니스 등 파리를 더욱 매력적으로 기억하게 만든 사진가들의 계보에서 빠뜨릴 수 없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다.

로베르 두아노는 몰라도, 파리 시청 앞 광장에서 키스를 하고 있는 연인의 사진은 대개가 기억한다. 오히려 이 대표작에 가려 그의 다른 작업들은 덜 주목을 받기도 한다. 그는 평생 파리에서 따스함과 해학, 낭만이 넘치는 사람들의 일상과 거리 풍경을 담았다. 그중에서도 전후의 가난과 상처에도 아랑곳없는 아이들 모습은 단연 압권이다. 우리보다 변화의 속도가 느린 파리에서조차도 이제 이런 풍경을 만나는 일은 쉽지 않다. 아이들은 거리를 휘젓고 다닐 새가 없고, 사진가가 카메라를 들고 교실로 들어가는 일마저도 초상권 등을 이유로 까다로워졌다. 아이들의 천성은 여전한데, 파리나 서울이나 그 아이들이 머무는 곳들은 정말 많이 바뀌었다. 유례없이 교육감 선거가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이즈음, 두아노의 사진은 과거와 오늘의 아이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상상마당에서 쉽게 만나기 어려운 두아노의 대표작들을 전시하고 있다.


송수정 |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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