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봄날이 가고 있다. 스러진 진달래 꽃잎처럼. 연하디 연한, 흔하디 흔한 이 꽃은 우리 정서의 밑바닥에서 꽃을 피운 지 오래다. 한때는 철이와 순이부터 빨치산까지 모두가 지천에 널린 이 꽃잎을 따먹었으며 누군가는 거리에서, 누군가는 경기장에서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부르며 뜨거운 마음을 터뜨렸다. 함경도가 고향인 시인 김규동은 그의 시에서 이 꽃을 사뿐히 즈려 밟기에는 차마 사치스러워 심장으로 들어가게 했다고까지 고백한다. 시 제목이 ‘육체로 들어간 꽃잎’인 까닭이다. 평생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김규동의 이 시가 사진가 고정남의 ‘진달래’ 작업에도 영감을 던졌다. 그의 고향 전남 장흥에도 늘 진달래는 흐드러졌다. 무심하게 그리고 수수하게. 전혀 화려하지 않아서, 호기심과 의아함에 다시 한번 눈길이 가고 .. 더보기 이전 1 ··· 891 892 893 894 895 896 897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