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아래에서 처음에는 달을 찍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이제 막 소말리아에서 옆의 나라 지부티로 국경을 넘어온 이들은 지금 달빛보다 귀한 단말기 신호를 찾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중동과 가장 가까이에 붙어있는 지부티는 인근에서 유럽이나 중동으로 떠나려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중간 거점이다. 말이 이민이지, 바다의 폭이 최대한 좁은 곳에서 떠나야 한다는 것은 허락받지 않은 탈출을 감행한다는 뜻이다. 생의 모든 것을 걸고 실낱같은 희망을 찾아나선 불법이민자들에게는 단말기의 전파 또한 허공을 몇 번 헤맨 끝에서야 잡힐 만큼 가늘게 포착될 뿐이다. 고국 소말리아 국경 지대에서 보내오는 전파를 잡아야만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과 통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게나마 가족들과 안부를 주고받을 수만 있다면, 그들에게는 위태로운 .. 더보기 이전 1 ··· 893 894 895 896 897 898 899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