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 작가로 산다는 건 멋진 일이다. 작업이 안된다며 친구 만나 푸념도 하고, 영감을 얻기 위해 전시장을 기웃거리며 자기만의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은 얼마나 낭만적이고 자유로운가. 적어도 남들이 보기에는. 그러나 내 자식이 작가가 되겠다고 하면 다른 이야기가 된다. 수입은 불규칙적이고 몸은 고되며 작업을 알리기 위해 부산을 떨어야 하는 불안정하고 불투명한 직업일 뿐이다. 어떤 연유로 작가의 길로 들어섰건 둘 다 틀린 이야기는 아닐 터, 그 괴리 사이에서 작가의 괴로움이 싹튼다. 다음주부터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소개하는 권지현의 ‘죄인’ 연작은 그렇게 해서 탄생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부모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자신처럼, 사람들이 늘 짊어지고 다니는 죄책감은 무엇일까. 작업의 진정성을 위해 길.. 더보기 이전 1 ··· 897 898 899 900 901 902 903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