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유령 대개 사진에서는 초점이 맞은 대상이 주인공이다. 그 주인공은 보통은 사진 한가운데에 놓인다. 그렇게 주목받고 있는 대상에 주목하도록 우리의 눈은 길들여져 왔다. 그 ‘쨍한’ 사진에서 우리는 강박처럼 그가 왜 주인공인지를 읽어내려고 애쓴다. 대상의 표정, 피부색, 복장, 나이 등등 우리가 사진 속에서 찾아 헤매는 기호들이 정말 그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일까. 한번쯤 사진 속의 내 모습과 전혀 동화되지 못하는 경험을 해봤다면, 그것은 단지 사진이 실물보다 못 나와서가 아니라 어쩌면 그 모습이 나를 전혀 설명해 주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브라질 사진가 칼레는 이 고민에서부터 작업을 시작한다. 그의 작업 속에서 인물들은 모두 초점이 빗나가 있다. 유령처럼 흐릿한 이미지는 대상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생략.. 더보기 이전 1 ··· 899 900 901 902 903 904 905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