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깊이 금혜원, Urban Depth D0003, 2010 축축한 붉은색 바닥 위로 바퀴 자국이 산만한 얼룩을 남긴다. 천장에서 쏟아지는 네 개의 불빛은 마치 주인공에게 쏟아지는 스튜디오의 조명처럼 이 공간에 강한 존재감을 만들어 준다. 정갈해 보이지는 않지만, 커다란 콘크리트 공간은 사진 속에서 묘하게 도시적인 분위기를 뿜어낸다. 이 시설물이 도시에 있으리라는 아무런 단서도 없는데, 작가의 중립적이고도 차가운 시선은 이 공간을 현대적으로 보이게 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도대체 이 낯익으면서도 낯선 익명의 장소는 어디란 말인가. 금혜원의 은 도시 지하에 숨겨놓은 쓰레기 처리장에 관한 연작이다. 화려하고 말쑥한 것들로 치장한 도시는 이 처리 시설에 기생하면서도 결코 그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간판도 없이 지하 .. 더보기 이전 1 ··· 915 916 917 918 919 920 921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