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 응축된 시간의 색 1970년대 젊은 사진가가 영화를 보다 문득 영화 한 편을 고스란히 사진에 담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떠올렸다. 그는 관객으로 가장한 채 극장에 들어가 대형 카메라를 고정시켰다. 1920~1930년대에 지어진 미국 극장의 아르데코풍 장식은 화려했고, 관객 수는 손에 꼽을 수 있을 만큼 드물었다. 그곳에서 그는 영화가 시작할 때 카메라 셔터를 열어뒀다가 영화가 막을 내릴 때 셔터를 닫았다. 무수히 많은 필름들이 돌아가며 스크린 위에 재현시켜 놓은 두 시간 동안의 사건과 사고는 그렇게 그의 필름 한 장에 응축되었다. 사진 속에서 장시간 빛을 쪼인 스크린은 온통 하얀색이 되었다. 대신 어두워서 한눈에 알아볼 수 없던 극장 내부는 구석구석 또렷하게 존재감을 드러냈다. 히로시 스기모토의 대표작 ‘극장’ 시리즈는 이.. 더보기 이전 1 ··· 916 917 918 919 920 921 922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