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팔선 사진은 유령을 찍을 수 없다. 우리의 망막에 포착되지 않는 것은 사진기에도 상을 맺지 못한다. 그런데 세상에는 실재하는데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수두룩하다. 이를테면 삼팔선처럼. 미국과 소련이 군사작전상의 업무 분담을 위해 설정한 이 군사분계선은 지도상의 좌표로만 존재한다. 다만 이런 곳에는 으레 어떤 식으로든 의미심장한 표시가 있다. 38도선이라는 표지석이나 탱크 저지선이 늘어서 있기도 하다. 사진가 지영철은 이 삼팔선을 가지고 고민하는 작가다. 엄밀히 말해 그는 삼팔선을 매개로 이념, 역사 등의 거대한 말들이 시각화되는 방식을 고민한다. 부피도 무게도 갖지 못한 선 하나가 탄생시키는 이념의 공간을 탐구한다. 사진 속에 등장하는 삼팔선의 복합적인 풍경들은 삼팔선을 기념하거나 이 선이 여전히 현실에서.. 더보기 이전 1 ··· 919 920 921 922 923 924 925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