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거나 혹은 무너뜨리거나 정지현, 철거 현장 06 외부, 2013 허무하게도 집이 가지고 있는 그럴싸한 의미들을 모두 걷어내고 나면, 남는 것은 한 덩어리 콘크리트다. 더 정확하게는 투자 상품처럼 평당 가격에 집착하게 만드는 아파트 거래의 현실이 집을 콘크리트 덩어리로 만들어 버렸다. 특이하게도 정지현은 이 콘크리트 구조물에 집착하는 작가다. 그는 굳이 집의 의미나 장소의 상실을 들먹이는 것이 의미 없다는 듯, 우리가 살면서 한번도 본 적 없는 집의 은밀한 내부에 시선을 고정시킨다. 이제 막 공사가 진행 중인 아파트 단지의 지하공간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모습을 하고 있다. 물이 흥건하게 고여 있거나 쇠파이프가 널브러진 이 차가운 공간은 필시 지하 기계실이나 주차장으로 변모하겠지만, 우리가 늘 보던 아파트 광고의 현란함과는 거리가.. 더보기 이전 1 ··· 945 946 947 948 949 950 951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