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방 김지연, 낡은방, 진안, 2011 방은 좁고 벽은 울퉁불퉁하다. 벽돌 써서 번듯하게 올린 집이 아니라면, 손으로 직접 지어낸 시골 흙집은 단출하기 그지없다. 이 집도 처음에야 그럴싸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대들보는 조금씩 틀어지고, 흙벽은 말라 군데군데 파이면서 어쩔 수 없이 나이든 티를 내고야 만다. 그 작은 집 조그만 방 안에는 집보다도 더 나이가 든 부모님이 산다. 그나마 한쪽을 먼저 여읜 경우가 많아서 방문 위 우두커니 걸린 사진으로만 함께 머물 뿐이다. 아마도 영정이었을 흑백사진 곁으로는 회갑연쯤에 찍은 기념사진이 총천연색으로 빛나고 있다. 나란히 놓인 두 사진 아래로는 그 방 안에서의 삶이 훌륭했음을 보증하듯 플라스틱 카네이션들이 선연하게 피어 있다. 그러나 시들지 않는 꽃만큼이나 유통기한이.. 더보기 이전 1 ··· 943 944 945 946 947 948 949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