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잡기 두 명의 나팔수가 앞장을 선다. 음악까지 등장시킨 것으로 봐서 꽤 그럴싸한 행진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나팔수 뒤로는 키 순으로 늘어선 체육복 차림의 빡빡머리뿐이다. 절도는 있지만 좀 어설퍼 보인다. 그나마 그 절도도 양복을 빼입은 채 학생을 인솔하는 행진 오른쪽의 선생님 덕분인 것 같기도 하다. 이 의미심장한 행진의 정체는 도열 끝 피켓이 쥐고 있다. 바로 쥐 잡는 날. 쥐잡기 운동이 온 나라에서 펼쳐지던 1967년 풍경이다. 반공방첩대회며 전국체전, 국군의 날 등 걸핏하면 학생들이 봉처럼 행사 들러리를 서던 ‘관제동원’의 시대였지만, 특히 그 무렵 쥐잡기는 그야말로 전쟁을 방불케 해서 쥐잡는 일은 학교 공부보다도 중요한 ‘과업’이었다. 당시 농림부가 추산한 쥐는 9000만마리로 한 가구당 평균 18마리.. 더보기 이전 1 ··· 953 954 955 956 957 958 959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