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미로 도시는 도무지 투명하지가 않다. 한때 서울은 일단 발만 들여놓으면 어제보다는 잘살게 될 것 같은 꿈의 도시였는데, 이제 그 꿈을 먹고 공룡으로 자라버린 것일까. 분주하고 화려한 도시의 거리를 쏘다니다 집으로 돌아오고 나면 오히려 한없이 쓸쓸해진다. 도시 속의 나는 늘 작고, 도시라는 공룡은 그런 나를 골탕이라도 먹일 듯이 여기저기로 몰고 다닌다. 도무지 숨을 고를 수가 없다. 김태동의 ‘데이 브레이크’는 천의 얼굴을 지닌 대도시의 밤과 마주하는 작업이다. 불빛이 꺼지지 않는 밤은 도시의 특권이자 화려함의 상징이지만, 작가에게 밤은 화장을 지운 도시의 맨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는 차들이 뜸해지고 전화기의 울림이 잦아들고, 빛들이 조도를 낮추는 밤이야말로 도시가 본색을 드러낸다고 믿는다. 엄밀하.. 더보기 이전 1 ··· 956 957 958 959 960 961 962 ··· 1042 다음